출판사 서평
뜻밖에 찾아온 잉여의 시간,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인생에서 고등학교 졸업 즈음의 시간은 대개 극적이다.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어엿한 성인이 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축제이고 어찌 보면 공포니까. 황홀한 자유에 도취되거나 목적 상실로 휘청이거나. 이제껏 거의 비슷비슷한 생활을 하던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저마다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누구는 부모의 곁을 떠나 진짜 독립을 이루고, 누구는 진짜 사랑을 시작하고, 누구는 운전면허를 딸 것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발밑에 허공이 놓인 것처럼 꼼짝도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성장기 내...
뜻밖에 찾아온 잉여의 시간,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인생에서 고등학교 졸업 즈음의 시간은 대개 극적이다.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어엿한 성인이 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축제이고 어찌 보면 공포니까. 황홀한 자유에 도취되거나 목적 상실로 휘청이거나. 이제껏 거의 비슷비슷한 생활을 하던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저마다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누구는 부모의 곁을 떠나 진짜 독립을 이루고, 누구는 진짜 사랑을 시작하고, 누구는 운전면허를 딸 것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발밑에 허공이 놓인 것처럼 꼼짝도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성장기 내내 대학 입학만을 유일무이한 목표로 삼아 달려왔던 우리나라의 고3들이라면 더더욱 잘 이해할 만한 허탈함이나 상실감에 시달리는 아이들. 이들은 어딘가로 가긴 가야 하는데, 가야 한다는 것은 잘 아는데,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임태희의 단편집 『정체』는 스무 살을 목전에 두고 서성이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십대 아이들 대부분이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삶이 분명해질 것이라 기대하겠지만 사실 만 열여덟, 열아홉 살은 열여섯, 열일곱과 다를 바가 없는 나이이다. 여전히 앞날은 불분명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명확하지 않고, 지금 잘하고 있는지 시시때때로 불안한 상태. 그것은 대학에 입학하든 재수를 하든 마찬가지인데, 이 점은 표제작인 「정체」가 가장 잘 보여준다. 대학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