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제1부
영웅의 죽음 13
메히아 15
알 마틴 17
이스링하우젠 19
도미네이트 21
맨하탄은 아는지 몰라 23
가을 잔치 24
아침의 일 26
나는 날마다 야구 경기를 모니터한다 28
셀타비고 30
포돌스키 32
그로기 34
제2부
핫 숲! 39
와족의 봄 41
세렝게티의 치타 43
카자흐스탄의 검독수리 45
안토노프 225 47
에버랜드 나무늘보 49
여의도역 1 51
여의도역 2 53
Billy Jean, Beat It, Dangerous 55
날아라 사오정 57
처용암에서 59
평상平床 60
그 사람은 지금쯤 61
미이라 디지털 63
다시 살아가는 것 64
제3부
절정을 향하는 재규어에 대하여 69
1년 치 가방 72
최 사장 74
신 부사장 76
정 변호사 78
언어운사言語運士 80
열린음악회를 먹자 82
장문場門을 열어라 84
Hairtail Hardboiled 86
후後에 대하여 87
베델의 젊은 사진 89
사장은 각성하라 90
거북이 92
제4부
Greetings! 97
Santa Monica Pier 99
벨라지오 분수 쇼 101
저스틴 102
포트 스테판 104
길을 묻지 않겠다 105
마크 파인터 106
테 아나우 108
페어리라는 동네 109
빨판 110
앨버트 공公 111
일적재수백조쟁명一笛在手百鳥爭鳴 112
비앙리앙(變? 114
미니 시암 115
Asian Spirit 116
해설
유성호?응시와 기록의 이면, 비애와 연민의 페이소스 121
시인의 말
저 광막한 우주의 한 점의 점, 지구.
그러나 이 넓디넓은 지구의 광대무변 속을 잠깐 살면서 나는 오랫동안 야구와 축구와 권투를 보았다. 싸움의 규칙을 만들어 지키면서 처절한 생존의 전투를 매일같이 벌이는 스포츠를 통해 나는 다시 지구의 한없이 초라한 크기를 보았다.
공룡이 공룡을 먹고 공룡을 낳았다. 하지만 그건 너무 짧고 작았다는 명백한 사실은 이미 해석된 진실이라는 것을 믿기 싫었다. 그러니 해석과 전파 욕망의 체계인 미디어에 빌붙어 살면서도 늘 불안하고 궁했다.
부디 손쉽게 초월하지 않고, 시시각각 벌어지는 숱한 싸움의 정수리를 때리고 싶다.
추천사
김재홍의 「메히아」는 일견 평범한 시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배어나는, 유머와 기지를 속으로 감추고 있는 시다. 짐짓 아닌 척하면서 허술한 표정으로, 그러나 할 말은 다 하고 있는 평범을 가장한 시다.
첫 구절부터 보라. “중남미의 어느 공화국” 출신 시민이 역시 그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처지였던 “동란과 쿠데타를 딛고 선 아시아의 작은” 공화정부의 취업 비자를 받아 “뜨끈뜨끈한 잠실 야구장 타석”에 서게 된 경위에 대한 군더더기 없는 말끔한 사실 묘사부터가 벌써 웃음과 연민을 동시 유발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이 시는 시종일관 이 웃음과 연민의 이중 기조를 잃지 않으면서 ‘메히아’라는 머리통이 매우 작고, 2루타를 날린 적이 있으며, 비쩍 마른 눈의 체 게바라를 연상시키는, 그리고 늘 타석에 서면 “말 타는 자세로 방망이를 든” 인물을 살아 있는 시적 형상으로 창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시영, 김혜순(2003 중앙신인문학상 심사평, 《중앙일보》, 2003년 9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