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용도로 저주 용품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토끼는 단 한 번의 예외였다.”
상처 입고 짓밟힌 사람들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찾는 마지막 해결책
“복수라기보다는 작용과 반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행하는 모든 작용에는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반작용이 언제나 반드시 수반될 것입니다. 그것이 원칙이라면 원칙입니다.” (정보라 인터뷰에서
지난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고 중국, 대만, 일본, 프랑스, 스페인 등 전 세계 20개국 번역 계약이 이루어지며 한국 소설장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소설가 정보라의 호러/SF/판타지 소설집 『저주토끼』가 2023년 토끼의 해, 인플루엔셜 문학 브랜드 ‘래빗홀’에서 전면 개정판을 선보인다. 책을 찾을 수 없는 기간을 최소화하고자 하여 신속하게 개정판을 펴내면서도, 작가의 사전 작업과 더불어 밀도 있는 수정 보완 과정을 통해 작품 전반을 다듬었다.
익숙한 일상에 틈입하는 기괴한 환상
거칠고 격발된 감정들이 전하는 묘한 위로
어느 날 물을 내리고 화장실을 막 나오려 할 때였다.
“어머니.”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변기 속에서 머리가 하나 튀어나와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어머니.”
그녀는 ‘머리’를 한참 동안 가만히 쳐다보았다. 물을 내렸다.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는 사라졌다.
그녀는 화장실을 나왔다. (〈머리〉, p. 41
여러 민담과 설화, 동화, 전설의 형식을 차용한 정보라의 이야기는 마치 어린 시절 즐겨 듣던 무서운 이야기처럼 오싹하지만 멈출 수 없는 강렬함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몇몇 이야기는 잠을 설치게 할 정도로 무섭다”(이종산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작가는 익숙한 일상 풍경 속에 낯선 세계로 향하는 차원의 문을 세워두고 우리를 초대한다. 그 문 앞에서 ‘웰컴 투 정보라 월드’라는 표지를 든 친절한 얼굴의 화자를 따라서 우리는 기꺼이 어두운 길에 들어서고 함정에 걸려든다. 그곳에 숨겨진 반전들이 튀어나올 때면 우리는 소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