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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찬란 - 문학과지성 시인선 373
저자 이병률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10-02-11
정가 12,000원
ISBN 978893202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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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기억의 집
햄스터는 달린다

자상한 시간
내가 본 것
거대한 슬픔
생활에게
이 안
새날
밑줄
그런 시간
바람의 날개
찬란

제2부
창문의 완성
사랑은 산책자
사과나무
모독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일말의 계절
다리
시인은 국경에 산다
무심히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삼월
망가진 생일 케이크
밤의 힘살
얼굴을 그려달라 해야겠다
울기 좋은 방
고양이가 울었다

제3부
마음의 내과
왼쪽으로 가면 화평합니다
팔월
절연
불편
달리기
슬픔의 바퀴
별의 자리
굴레방 다리까지 갑시다
기억의 우주
입김
좋은 풍경
화사한 비늘
유리병 고양이

제4부
있고 없고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겨울의 심장
길을 잃고 있음에도
굵은 서리
열차 시간표
마침내 그곳에서 눈이 멀게 된다면
붉은 뺨
불량한 계절
심해에서 그이를 만나거든
봉지밥
마취의 기술
진행의 세포

해설 영혼의 두 극지 사이에 서 있는 사과나무_허수경(시인
바닥없는 슬픔을 응시하는 깊고 담박한 시선
서서히 차올라 기어이 무릎을 꺾게 하는 이병률의 詩
정체되어 있지 않은 감각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바람”(신형철 이병률이 세번째 시집 『찬란』(문학과지성사, 2010을 펴냈다. 전작 『바람의 사생활』(창비, 2006 이후 3년 3개월 만에 발간되는 이번 시집 속에는 ‘살아 있음’을 통해 만난 생의 떨림으로 가득하다. 지극히 투명하고 눈부신 모든 생, 그 ‘찬란’의 순간을 시인의 눈으로 손끝으로, 귀와 입으로 더듬어 감각해낸 『찬란』의 총 4부 55편의 시들은 읽는 이를 “차가운 물의 명백함, 물이 들어 지워지지 않는 그 격렬한 시간들”과 마주할 수 있게 한다.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려 마음에 걸 것이니
지금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기 때문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찬란」에서

‘찬란’은 무엇일까. 시인은 말한다.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다고. 살고자 하는 모든 것은, 그러므로 찬란하다. 빛이 번쩍거리거나 수많은 불빛이 빛나는 상태이다. 또는 그 빛이 매우 밝고 강렬하여 매우 화려하고 아름다운 상태다. 이병률의 새 시집 『찬란』은 이처럼 살아 있음에 대한 감탄이자, 의지를 노래한다. 그렇기에 이병률의 언어는 말을 갓 배운 아이의 그것처럼, 절박하고 순결하다. 이 순도 높은 언어로 여민 생의 속내들.

이 꽃다발은 할머니한테 어울리네요
가지세요
할머니는 한사코 가져가라고 나를 부르고
나는 애써 돌아보지 않는데
또 오기나 하라는 말에
온다는 말없이 간다는 말없이
꽃 향은 두고
술 향은 데리고 간다
좁은 골목은
식물의 줄기 속 같아서
골목 끝에 할머니를 서 있게 한다
다른 데 가지 말고
집에 가라는 할머니의 말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에서

생의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