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복도에서
기막히게 이쁜 여자 다리를 보고
비탈길을 내려가면서 골똘히
그 다리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주 오던 동료 하나가 확신의
근육질의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시상에 잠기셔서……
나는 웃으며 지나치며
또 생각에 잠긴다
하, 쪽집게로구나!
우리의 고향 저 원시가 보이는
걸어다니는 창인 저 살들의 번쩍임이
풀무질해 키우는 한 기운의
소용돌이가 결국 피워내는 생살
한 꼴송이(시를 예감하노니……
--- p.83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 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비비며 나무는
소리 내어 그의 피를 꿈꾸고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생(生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 p.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