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식료품을 파는 마트에 가면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나 당근, 양파, 오이같은 채소들이 가득한 것처럼 꽃시장 역시 계절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특정 시기에만 볼 수 있었던 꽃들의 시간도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인기있고, 소비자들이 항상 찾는 꽃들은 그렇다.
장미는 더이상 5월의 장미가 아니고, 수국 역시 여름에만 볼 수 있는 꽃이 아니다.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든, 태양이 땅 위의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여름이든, 꽃시장에는 사계절 언제나 꽃이 쌓여있다.
하지만 모든 꽃이 그러냐하면 그렇지 않다. 아직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지 못했거나 계절적, 지역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원예적 개량이 되지 않은 많은 꽃들은 묵묵히 자기만의 시간을 기다려 짧지만 화려한 전성기를 보내고 다음 해를 기약하며 사라진다.
오랫동안 시간과 계절에 상관없이 꾸준히 꽃을 즐겼던 사람이거나 꽃을 업으로 삼아온 사람이 아니라면 늘 보는 꽃만, 사계절 언제나 구할 수 있는 꽃만 접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알고싶어도 항상 보는 꽃만, 늘 봐서 익숙한 꽃 중에서만 고를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혹은 너무 짧게 지나가 버려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짧은 제 철을 가진 계절 꽃들을 소개하고 더 나아가 개성있는 사계절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마야플로르만의 디자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가지고 각 계절마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워크북 지면을 함께 준비했다.
예비 플로리스트들, 그리고 혼자서 꽃에 대해 공부하고자 하는 수많은 플라워 러버들의 충실한 교재이자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만든 책이다. 뜻이 많은 여럿이 모여 꽃스터디 모임의 워크북으로 사용해도 좋을 듯 하다.
모든 플로리스트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견하고 개발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문혜정
---프롤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