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공포는 무엇일까.
히라야마 유메아키(平山夢明는 일본의 공포 소설 작가 중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존재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공포물을 집필하고 있는 그는 주로 단편 위주의 창작 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는데, 과격한 잔혹함과 섬뜩한 엽기성을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게 묘사하는 그의 작풍은 독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스플래터 무비(Splatter Moive’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스플래터 무비란 공포 영화 중에서도 유난히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그야말로 스크린을 피와 살점으로 흥건하게 물들이는 영화를 말한다. 그야말로 취향이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역겨운 혐오감만을 안겨 주지만, 그런 극악할 정도로 잔혹한 비주얼의 이면에 의외의 코믹한 요소나 사회 비판적 주제 의식이 병존하고 있는 것이 스플래터 무비의 또다른 특징이다.
히라야마 유메아키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그 작풍을 한 마디로 쉽게 설명하는 데에는 ‘글로 보는 스플래터 무비’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특히 이번에 우리 독자들에게 소개할 신작 단편집 《남의 일》 같은 경우, 이미 작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피칠갑 묘사에다 살인을 위한 도구로 손도끼에 전기톱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스플래터’라고 부르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남의 일》을 ‘일본산 스플래터 노벨’이라고 불러도 무방한가? 막상 그런 질문을 받으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하기가 어렵다. 섬뜩한 ‘묻지마 살인’에 엽기적인 가학이 이어지고, 쇠톱으로 자신의 다리를 썰고 회칼로 남편의 육포를 뜨는, 팔이 뽑히고 머리가 날아가는 이런 작품을 스플래터로 정의하는 데에 왜 저항감이 드는 것일가? 그것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스플래터에 흔히 등장하는 좀비나 정신이상자, 하다못해 공포물의 대명사인 유령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