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화분을 하나 선물 받아 그저 조금 물을 주고 햇볕을 가려주며 관심을 주었습니다. 그 아이는 쑥쑥 자랐고 어느새 화분이 너무 작게 느껴졌습니다. 조금 큰 화분에 새 흙을 넣어주고, 거름도 주니 더 쑥쑥 잘도 자랐습니다. 바쁜 일상이 반복되던 어느 날, 아이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게 보였습니다. 원래 요만큼 까지만 자라는 아이인가? 생각하며 내 일에만 몰두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빛이 나던 아이는 더 이상 빛이 나지도, 키가 자라거나 튼실해지지도 않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분갈이를 시도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서였을까요? 아무리 애를 써 봐도 화분에서 아이를 빼낼 수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망치를 들고 와 화분을 내리쳐 깼습니다.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아이의 뿌리는 할 수 있는 한 정말 마지막 한 톨까지 양분에 기대어 최선을 다해 자랐다는 것을. 흙은 그저 먼지처럼 변해있었고, 그 아이의 뿌리는 온 세상을 다 돌고 돌아 더 이상 뻗을 곳이 없을 때까지 필사의 노력을 했다는 것을.
눈물이 났습니다. 내가 두 개의 세상을 망쳤다는 생각에 주저앉아 울었습니다.
새로 산 예쁜 화분도 그 세상에 무엇보다 예쁜 꿈을 담아줄 수 있었을 겁니다. 작디 작았던 나무도 더 큰 세상에서 그 꿈을 키우며 무럭무럭 태양을 향해 뻗으며 알찬 열매를 맺었을 겁니다.
나는 아이들의 꿈을 모두 담아 키워줄 만큼 큰 그릇이었나? 내 그릇이 아이들의 성장을 막지는 않았을까?
그 후로 늘 되돌아보며, 반성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