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남녀끼리, 출산은 법적 부부만, 며느리는 당연히 여자?
가족이라는 각본에 숨겨진 교묘한 차별과 혐오
“며느리가 남자라니!” 텔레비전 드라마에 동성커플이 등장하자 상영을 반대하며 일간지 1면에 실린 광고의 구호다. 『가족각본』은 2007년 등장해 지금까지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이 강력한 문구를 곱씹는 데서 시작한다. 며느리가 뭐길래 남자는 안 되는 걸까. 하필 ‘며느리’를 내세워 등장한 이 구호는 한국사회에서 가족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동성결혼 합법화에 거센 반대를 겪는 일이야 한국도 여느 나라와 다를 것 없겠지만, 그렇다고 ‘며느리’가 이토록 핵심적인 반대 이유로 등장하는 나라가 있을까?
그러고 보면 우리의 가족은 견고한 각본 같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딸 또는 아들로서의 역할을 기대받고, 성인이 되면서 아내와 남편, 어머니와 아버지, 며느리와 사위 등의 역할을 떠맡는다. 하지만 가족각본은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우리는 정해진 각본대로 따르는 걸 평범한 삶이라고 여기고 질문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자 며느리’처럼 주어진 각본에 균열이 일어날 때, 우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가족이라는 것이 성별에 따라 세밀하게 구조화된 체제라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누군가의 성별이 바뀌면 딸이 아들이 되고, 엄마가 아빠가 되고, 누나가 형이 된다. 호칭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기대도 달라진다. 가족 안에서 역할이 바뀐다는 말이다. 근본적으로 관계가 헷갈리기도 한다. 아들이 남자랑 결혼을 하면 며느리인가 사위인가. “며느리가 남자라니!”라는 구호가 동성애 반대집회에서 그토록 오랜 생명력을 가진 데에는 사람들이 이런 혼란에 공감한 탓도 있을 것이다.
스스로 ‘선량’하다고 믿는 당신을 심란하게 할 두번째 이야기
“때때로 가장 강력한 차별은 온정적인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가족각본』은 성소수자 이슈가 기존의 가족에 만들어내는 이러한 균열들을 쫓아 우리 삶에 깊숙이 파고들어 있는 가족각본을 드러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