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_해라신 마라신이 초대한 뷔페
1부 앉을 자리
우리 집에 사는 동물 / 다른 양식 / 살 빼기
달달하지 않는 날 / 해라신 마라신 / 눈총
날아다니는 잔소리 / 입술에 / 얼굴은 정직해요
도서관 앞 벤치 / 배꼽시계 / 산 만 해야지 / 술~~술
2부 지하철 여우
멀티탭 / 개명한 후
씨앗호떡 / 꽂혀있는 책 / 무당개구리야
테니스공의 변신 / 쓰레기통 / 비누 / 등
병아리콩 / 다음 정차할 역은 토성역입니다
지하철 여우 / 리폼
3부 스웨덴 세탁소
스웨덴 세탁소 / 방귀 먹는 의자 / 신문
그땐 그래 / 다슬기와 나사못 / 이사
달리는 낙지 / 무게 / 배꼽 잡지 마
기회 / 에어컨 실외기 / 밥통 / 자리
4부 라떼가 사라졌다
봄여름과일겨울 가게 / 사과밭 가오리
할머니의 말주머니 / 궁금하지!
붕어빵은 일어나고 싶다 / 어느새 / 카드의 맛
얼굴 반찬 / 전자레인지 / 라떼가 사라졌다
허수아비의 세대교체 / 응원
“요 동시 한 번 맛볼래?”
동시 셰프 박민애의 시와 단단한 그림, 담백하지만 너른 품
시큼한 맛 알쏭달쏭한 맛 텁텁한 맛
이상야릇한 맛 쿰쿰한 맛 눈물 찔끔한 맛으로
차려낸 요상한 뷔페.
눈치 던져버리고 걱정 날려 버려.
내 맘대로 신을 만나러 갈 거니까.
해라신 마라신도 더 이상 우릴 막지 못해.
자, 준비 됐지? 용감하게 들어가는 거야!
-「시인의 말」 전문
『해라신 마라신』은 박민애 시인의 첫 동시집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에는 각자가 지닌 ‘첫’이 있습니다. 첫 걸음, 첫 만남과 같은 세상 모든 ‘첫’
처음인 만큼 가슴 설렘 가득 담아 내놓는 몽글몽글한 동시들이 가득합니다.
“아빠는/ 술고래면서/ 여우 같은 마누라라고/ 엄마를 놀린다// 엄마는/ 오빠를/ 곰 같은 녀석이라고/ 잔소리하면서도// 100점 받은/ 내 시험지 앞에서는/ 아이고 예쁜 내 강아지라며/ 활짝 웃는다”(「우리 집에 사는 동물」 동물(? 가족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아주 화기애애한 동물 가족 말이지요. 서로 아끼고 때론 토닥토닥 다투기도 하지만 이 가족에게는 지극한 사랑이 녹아 있습니다. 여기서 이 동시집의 표제작인 「해라신 마라신」의 빌미를 엿볼 수 있습니다.
“엄마는/ 공부해라/ 학원가라/ 밥 먹어라/ 해라신을 거느리고// 선생님은/ 음식 남기지 마라/ 복도에서 뛰지 마라/ 친구들과 싸우지 마라/ 마라신을 거느리는데// 나는// 해라신도// 마라신도/ 물리칠 수 없어” 수없이 많은 ‘해라’와 ‘하지 마라’ 사이에서 아이들은 갈등하며 속상해 하며 그러면서도 성장해 갑니다. 그게 아니고 모든 것이 허용된다든지 모든 것이 금지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고민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해 주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 만져집니다.
시인은 너른 품인 부산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합니다. 삶에서 주워온 작고 닳고 닳아 동글동글해진 유리조각처럼 마음을 공굴려 다양한 요리를 소박하게 내놓습니다.
가족이라는 탄탄한 반석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