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_구조 요청
어린 고라니의 초상
마주치다
마음의 잔상
야생의 삶
봄의 탄생
너의 이름들
경계의 전쟁
사라지는 숫자들
자연의 균형추
고라니에게 인간은
마주하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틈새의 삶
여름의 어린 생명
연결된 시간들
비무장지대에서
드러나는 얼굴들
생사의 교차점
안녕을 위한 의식
어른 고라니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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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트로_생명의 편에서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고라니가 죽어야 하는 것일까? 야생동물을 멸종위기에 처하게 하는 것도, 그로부터 지키는 것도 사람이다. 우리는 공존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본문 중
★인간이 자초한 생태 문제를 직시해온 『묻다』 문선희 작가 10년의 역작
★유해야생동물과 멸종위기종 사이, 사라지고 있는 고라니의 얼굴들
“어쩌면 그것은 구조 요청이었을까?”
어느 이른 아침, 차 앞에 고라니 한 마리가 뛰어들었다. 멈춘 차창 너머에서 간절한 눈빛을 보내며 망설이듯 돌아보던 고라니는 들개에게 쫓겨 홀연히 사라졌다. 잠깐이었지만 강렬했던 이 순간은 문선희 사진작가가 고라니를 촬영한 계기가 됐다. 노루였어, 고라니였어? 누군가의 질문에 문득, 이름만 알았지 이 동물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름보다 오래된: 문명과 야생의 경계에서 기록한 고라니의 초상』은 고라니의 현실을 마주한 긴 여정이다. 한국에서 흔하디흔한 야생동물인 고라니는 빈번히 로드킬 사고를 당하며 농촌에 해를 끼치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어 포획된다. 하지만 막상 살아 있는 그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서식지의 상당 부분이 난개발로 침범당했기 때문이다. 고라니를 찾아 첩첩산중까지 다니는 것만으로도 작가는 야생의 삶이 얼마나 인간의 등쌀에 시달리고 있는지 체험했고, 생태적 고려 없는 개체 수 조절 정책의 부조리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고라니는 전 세계적으로는 멸종위기종으로, 한반도에서 사라지면 절멸은 시간문제다.
이 책에는 문선희 작가가 10년간 만난 고라니 200여 마리 중 50여 마리의 얼굴이 실려 있다. 작가는 인간이 고라니를 향해 폭력을 가하지 않는 유일한 장소인 야생동물구조센터와 국립생태원 등 ‘비무장지대’에서 비로소 이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고라니 스스로 작가의 눈을 들여다볼 때까지 몸을 낮춘 채 하염없이 기다려 찍었다. 생명체의 고유성과 다양성을 드러내는 단 하나뿐인 얼굴들이다. 이 얼굴들을 보고도, 이들이 쓸모없는 존재라고 쉽게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