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샤마, 절묘한 균형 감각과 맛깔스러운 내러티브로 브리튼 전쟁사를 풀어내다
『사이먼 샤마의 영국사』 제2권이 가지는 미덕은 제1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첫 번째는 역시 그만이 가지고 있는 절묘한 균형 감각이 곳곳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잉글랜드 내전과 관련한 대목에서는, 그것이 필연적이었다거나 자유롭고 정의로운 의회민주주의 국가를 향한 직선적 경로였다던가 하는 휘그 역사가들의 견해를 가리켜 “역사를 거꾸로 읽었다”며 일침을 놓는다. 그렇지만 의회 없이 이루어진 찰스 1세의 개인적 통치가 “사심 없는 국왕 정부의 통치가 만들어낸 ‘평온한 시절’이었다”는 수정주의적 입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그는 올리버 크롬웰을 전통적 헌정 질서를 믿는 사회적 보수주의자이면서 동시에 열정적인 복음주의 개혁가였다고 평가하면서, “지금도 하원 의사당 바깥에 서 있는 그의 동상을 허허로운 농담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 무력에 의한 의회 강제해산(1653 같은 그의 돌발적 행동을 그의 내면에서 두 가지 인격체가 빚어내는 갈등과 모순이 외부적으로 표출된 것으로 설명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샤마 특유의 탁월한 심리적 묘사와 함께 크롬웰에 대한 상반된 평가들을 중재, 보완하려는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두 번째의 미덕은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샤마의 맛깔스러운 내러티브이다. 잉글랜드 내전을 다룬 책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국왕과 의회에 대한 복잡한 충성의 향배를 놓고 아버지와 아들, 형과 아우가 서로 갈라져 싸우는 비극적 가족사를 샤마처럼 디테일 넘치는 미시사로 풀어나간 경우가 또 있을까? 의회군의 일원으로 전쟁에 참가한 랠프 버니가 적군의 지휘관으로 싸우다가 전사한 아버지 에드먼드 버니를 찾아 헤매는 장면은 읽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것이다. 1666년의 런던 대화재와 도시 재건설, 그리고 세인트 폴 성당의 재건축 과정은 서양 고건축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