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여자가 쓰고 여자가 읽은 여여한 독서
제1부.어디에나 있고,아무 데도 머무르지 않는
“왜 안 되겠어요” 어슐러 르 귄,《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제인 에어,길 위에 서다 샬럿 브론테,《제인 에어》
불만에 찬 비관론자에게도 행복은 가능하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충분하다》 《읽거나 말거나》
“여기 내가 있다,내가 있어야만 하는 곳에” 카렌 블릭센,《아웃 오브 아프리카》
손맛,글맛,그래 이 맛이야! 김서령,《여자전》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끝내 지지 않고 새로운 역사를 쓰다 유미리,《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캐시 박 홍,《마이너 필링스》
아직 당도하지 않은 겨울에 지레 겁먹은 영혼에게 데버라 리비,《살림 비용》/메리 루플,《나의 사유 재산》
사랑의 이름으로 삶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다면 서보 머그더,《도어》
닿을 수 없는 고통에 대한 예의 한강,《작별하지 않는다》
그때는 나를 용서하리라 앨리스 먼로,《디어 라이프》
텍스트가 된 한 생애 고정희,《고정희 시 전집12》/조연정,《여성 시학, 1980~1990》
근대의 딸들은 봉건의 어머니를 잊지 않았다 김명순 외,《근대여성작가선》/백신애 외,《신여성,운명과 선택》
쓰러진 새를 다시 둥지에 넣어줄 수 있다면 마타 맥다월,《에밀리 디킨슨,시인의 정원》
귓전을 흔드는 속삭임에 기대어 샤오홍,《가족이 아닌 사람》
제2부.여성이 제 삶의 진실을 말한다면
다정한 우리들의 페미니즘 선생님 벨 훅스,《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잃을 것은 조국이요 얻을 것은 전 세계다 버지니아 울프,《3기니》
남성을 기본값으로 하는 세상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보이지 않는 여자들》
지구의 명령에 응답하라 마리아 미스,반다나 시바,《에코페미니즘》
‘사유함’이 왜 악행을 거부하게 하는가 한나 아렌트,《책임과 판단》
억울하면 더 나은 민주주의
책을 선택하는 안목이란 무엇인가를 알고 싶다면―
페미니즘의 고전부터 문학, 철학, 예술, 역사, 과학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독서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은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탁월한 안목이다. 편집자, 독서회 강사, 책 칼럼니스트, 작가 등 평생을 책의 자장 안에서 살아온 저자의 이력이 ‘책에 대한 책’의 지평을 더 없이 확장시킨다. 나아가 한 권의 책이 또 다른 연쇄 독서로 이어지는 지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 책에 수록된 ‘이 책에서 소개한 도서 목록’을 보라! 더불어 80권의 책을 모두 다 읽은 듯한 뿌듯함은 덤이다.
이 책에는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꼽히는 시몬 드 보부아르, 거다 러너, 벨 훅스, 록산 게이, 앨리슨 재거 등을 비롯해 한나 아렌트, 레이첼 카슨, 케테 콜비츠, 나혜석, 이이효재 같은 저명한 이름도 즐비하지만, 청계천 여공이나 간호사, 해외입양아,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식물학자, 수학자, 사진작가, 음악가, 대법관도 등장한다. 또한 장애학, 죽음학, 직업보건, 시험제도, 페르시아 역사, 조선인 강제동원, 한국 구전서사에 이르기까지, 그 시공간과 장르가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다. 그리고 이 모든 책을 관통하는 시선은 바로 ‘여성’의 눈이다.
이쯤 되면 페미니즘이란 하나의 장르가 아니라,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머무르지 않는 ‘경계 없는’ 스펙트럼이 아닐까. 보이는 세계 너머를 보고, 우리의 역사를 다르게 적는 것. 평생을 사회적 차별과 독재, 전쟁에 맞서 싸운 시인 뮤리얼 루카이저는 어느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여자가 자기 삶의 진실을 말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세계는 터져버릴 것이다.”
책 속에서
다시 읽은 소설은 내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제인 에어》는 여성이 주인공인 드문 성장소설이었다. 열두어 살의 내가 그걸 읽고 글을 써보려 했던 것은 당연했다. 바로 그것이 《제인 에어》가 가진 힘이었다. 여자아이에게 독립을 꿈꾸게 하고, 다른 세상을 그리게 하고, 자기 이야기를 써볼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