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짧은 불꽃에 대한 기억
관찰자 시점
1983년 광주
백제화원에서
일과 놀이
까치 만화방
제1부 살아 있는 것은 저 푸른 생명의 나무이다
특이한 인간형
매혹의 문을 열다
보헤미안 시대
조나단 신
제2부 검은 태양
1반 반장
아무리 밟아도 일어나는 잔디
인문대 등나무 벤치 앞에서
교수들
6·29 시위
제3부 박기순의 시간
하늘을 날기 전에 상처 입은 새
내력
꽃도 새도 날아들지 않는 동네
광천동 일지
광주공단 실태조사
골방 전투
제4부 박관현의 시간
들불은 꺼지지 않는다
김영철이라는 의인
불온한 도시
신군부 앞에서
어제는 가고 내일은 오지 않았다
용봉골을 흔들다
도청 앞 횃불들
제5부 윤상원의 시간
학살 앞에서
투사회보
신영일의 ‘가지 않은 길’
김태종을 만나다
제6부 살아남은 자들의 세계
모란이 지고 나면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죽은 자의 말밖에 듣지 않았다
재회
나팔꽃 투쟁
아, 관현이 형
제7부 신영일의 시간
광주를 깨우다
꿈에 쓴 시
겨울나무에서 봄나무로
제5의 정치세력을 향하여
썰물이 질 때
제8부 저 먼 별들의 곁으로
광주에 돌아와서
아무도 신영일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마지막 지상에서
에필로그
20세기의 청년이 21세기의 청년들에게
다시 관찰자 시점으로
잊힌 정거장
실존주의에서 민중주의로
그의 죽음은 지나간 추억이 아니다
사진 자료
신영일 연보
이야기를 전해 주신 분들
참고 문헌
내가 살았던 시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배경은 광주이다. 그곳에서 나는 고등학교를 마쳤고, 대학을 다녔으며, 5·18을 겪었다. 전두환 군대가 학살을 벌일 때, 계엄군이 특히 스무 살, 스물한 살, 스물두 살짜리 청년들을 쫓느라 거리와 골목을 뒤지고 주택가를 수색할 때, 나는 그곳에 군거하던 문학청년의 하나였다.
광주는 근대적 소외의 본향이요, 변혁적 열정의 발원지이며, 한국 근현대사를 끌고 가는 예인선 같은 장소이니, 1980년 5·18을 겪은 청춘들의 후일담을 누군가는 반드시 추적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의 격정이 가장 뜨거웠던 때를 나는 ‘내가 살았던 시대’라고 칭하고 있다.
인간은 때로 ‘정치적 백치’들 속에서 동시대를 견뎌야 한다. 그러나 모든 상황 속에서 어떤 존재는 희생을 담당하고, 어떤 존재는 열매를 수확하며, 또 어떤 존재는 시대가 안긴 상처를 평생 떠안기도 한다. 물론 끝까지 혼비백산하는 사람도 있다. 요점은 모두가 대지의 자식이요, 공동체의 산물이며, 어쩔 수 없이 ‘정치 안’에 놓인 존재라는 사실이다.
이 글은 광주의 역사를 가장 ‘광주답게’ 살다 간 청년에 대한 헌사로 준비한 것이다. 나는 20세기의 청년들 속에서 이 사람만큼은 꼭 21세기의 청년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 그를 위해 좀 더 깊이, 좀 더 선명하게 그려야 하는데, 나의 집중력이 모자라서 아쉽기 그지없다.
끝으로, 나의 취지를 이해하고 출간을 서둘러 준 김성규 시인에게 감사드린다. 취재에 응해 준 신영일 선생의 아내 김정희, 그리고 신영일 선생의 후배 김전승, 이상걸 기타 여러분에게도 절을 올리고 싶다.
2023년 3월에 부여 신동엽문학관에서
책 속에서
부끄럽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나’라는 관찰자가 서 있는 자리를 밝히는 일에서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해에 내가 머물렀던 도시와 시민들의 상황을 설명하는 건 매우 어렵다. 아마도 세 해 전에 출현한 5·18의 잔해가 거리에 뒹굴고 있었던 까닭일 것이다. 역사를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