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없이 주는 사랑이 거듭되어야 온전한 사회가 됩니다
자연의 자람을 우리는 통상 본능으로 취급합니다. 나무가 자라고, 꽃을 피우고, 다시 가지를 뻗어내고 열매를 맺는 걸 우리는 특별한 시선으로 보지 않습니다. 자연은 자연만의 본능이 있기에 그야말로 자연이기에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는 이 대수롭지 않은 일에 사랑이라는 이름의 형체를 부여합니다. 책머리에 이 책을 어머니께 바치겠다고 언급한 것 역시 단지 지렁이를 통해 작은 생명에 관심을 투사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황금 왕관을 쓴 랑이>를 통해 어머니에게서 받아온 사랑과 따뜻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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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빚은 구슬로 탑을 쌓았어요. 아래는 넓고 둥글게, 위는 좁고 뾰족하게.
한 개, 두 개, 세 개, 탑이 늘어났어요. 랑이에게 문득 생각 하나가 떠올랐어요.
‘탑은 왕국에 있어. 그렇다면 이곳은 왕국이야. 그럼 나는?’
근사한 생각 덕분에 랑이는 금세 왕이 되었어요.
_본문 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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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로 내리쬐는 햇빛과도 같은 사랑. 어린 시절 이 사랑을 작가는 부모의 책임 정도로 알았습니다. 그래서 랑이처럼 자신이 일군 수십 개의 탑(성과을 자신의 노력과 영광으로 빚은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땅에 장미가 들어서면서부터 이 생각에 금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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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옛집에 갔어요.
튼튼한 입으로 피스 주변에 길을 내주고 포슬포슬 흙을 헤뜨려 주었지요.
랑이의 입이 몹시 헐었어요. 그래도 랑이는 꾹 참았어요.
스스로 택한 일이니까요.
_본문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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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하염없이 쏟아졌던 사랑은 평생을 헌신하신 어머니의 사랑이었습니다. 자신이 가졌던 모든 성공과 영광 역시 오롯이 자신의 것이 아니며,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부모님의 사랑으로 성장한 것이었습니다.
또 이 사랑은 세대를 이어서 간다는 사실도 보여줍니다. 지렁이 랑이의 헌신으로 장미가 가시를 이겨내는 고통 속에서 꽃을 피운 결과, 장미가 랑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