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기다려 온 작가 안녕달이 건네는 다정한 겨울 인사
『눈아이』는 그간 특별한 공간에 어린 보편적인 정서를 그리며 평단은 물론 아이와 어른 독자 모두에게 뜨거운 기대와 호응을 얻은 안녕달 작가의 신작 그림책이다. 수박과 소라 속, 외계 행성과 유치원을 판타지 세계로 만들어 온 작가가 이번에는 눈이 소복하게 내리는 계절을 배경으로 뭉클한 우정 이야기를 선보인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무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번 작품은 어느 겨울날 들판에 홀로 있던 눈덩이에게 한 아이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아이는 미처 눈사람이 되지 못한 모양으로 남아 있던 눈덩이를 들여다보다가 이내 눈덩이에게 팔다리와 눈, 입, 귀를 만들어 준다. 눈덩이는 아이로부터 다정한 관심과 인사를 받고 환호로 응답한다. 아이가 눈덩이를 ‘눈아이’라고 부르면서 눈덩이는 안녕달 작가의 새 캐릭터인 ‘눈아이’로 거듭난다. 작가는 만화 형식의 구성을 활용한 섬세한 인물 묘사와 과감한 구도로 탁 트인 시야를 펼치는 풍경 묘사를 오가며 한겨울에 두 아이가 쌓는 우정 이야기를 촘촘하고 풍성하게 풀어낸다.
외로운 순간에 펼쳐 보고 싶은 서정적인 겨울 풍경
『눈아이』를 펼치는 순간 화면 가득히 함박눈 내린 겨울 풍경이 나타난다. 작가는 가지에 쌓인 눈이 녹아 떨어지고 언 땅에서 새싹이 돋아나기까지의 한 계절을 연필과 색연필의 고운 필치로 포근하게 완성했다. 눈을 뭉쳐 눈빵을 만들고 눈 덮인 언덕에서 책가방 썰매를 타는 등의 놀이를 하며 두 아이가 한겨울을 만끽하는 모습이 보는 내내 기분 좋은 웃음을 자아내고, 하염없이 내리는 눈은 이야기를 숨죽여 읽게 할 만큼 아름답다. 작품에 소소하게 등장하는 작은 소품과 동물들의 배치도 흥미롭다. 아이와 눈아이가 나누어 낀 붉은 털장갑은 작품 곳곳에 등장하여 두 아이를 이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산토끼와 산새, 사슴과 같이 순한 숲속 동물들이 주인공인 두 아이의 시선뿐 아니라 독자의 주의를 환기하며 작가 안녕달이 펼치는 상상 세계의 가이드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