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내 마음 설명서
1초 동안/ 감의 고백/ 그렇더라니까/ 내 마음 설명서/ 내 마음/
눈물을 방긋/ 따로 또 같이/ 생각이 꼬불꼬불/ 게으름은 게으르지 않아/
뒤뚱뒤뚱 울고 싶어/ 두발자전거/ 발라당/ 잠이 오지 않는 밤
2부 달의 변신
달의 변신/ 강물의 노래/ 수염 난 망고 씨/
곶감/ 씨앗 은행의 공지/ 문어단지와 꽃씨/ 꽃게/
분수/ 파도/ 장수하늘소와 나무
3부 말의 씨
말의 씨/ 낙타/ 환승/ 달리는 구구단/ 떫은 감/
이상한 사과/ 할아버지 재채기/ 신통방통/ 눈사람 공부/
고등어 가시/ 새빨간 거짓말/ 뜨개질
4부 눈사람을 찾습니다
사랑/ 마침표/ 배의 배꼽/ 눈사람을 찾습니다/
베개/ 등산/ 길고양이/ 김밥과 김빱/ 숨바꼭질하는 연필/
얼룩 찰옥수수/ 지우개 똥/ 겨울밤
해설 | 옴폭 숨겨 둔 배꼽에서 꺼낸 말 _이안
내 마음 설명서
『달리는 구구단』을 읽으면 마치 한 아이가 자신의 속마음을 기록한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 든다. 시집 속의 아이는 친구를 보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세슘 원자의 진동수에 비교해 말하기도 하고(「1초 동안」, 자신의 속엣말이 감나무에 들어가 감으로 열린다고 말하기도 한다(「감의 고백」. 다양하게 동원되는 비유들에서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보고자 열심히 고민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아이가 자신의 말을 찾아 가려는 모습에서 독자들은 언어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언어는 언제나 마음과 완전히 일치할 수 없다는 면에서 한계를 지닌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보고자 할 때 비유를 이용하는 이유다. 시집 속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에 딱 맞는 어휘를 찾아내려 사전을 뒤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사건이나 사물, 이미지로 자신의 마음을 에둘러 보여 주려 한다. 『달리는 구구단』의 시들이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고, 생동감 있는 느낌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오는 이유다. 시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거나 기쁨을 주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강지인 시인의 시에서 독자들은 비유가 갖는 재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일어서는 마음의 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아이는 내면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곧 마음이 가진 힘을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다. 시집에는 시험을 망치거나(「그렇더라니까」, 두발자전거를 타면서 자꾸 넘어지거나(「두발자전거」, 언니가 쓴 물건을 물려받기만 하는 아이의 모습(「환승」이 그려진다. 아이들이 좌절하거나 불만을 갖고 슬퍼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달리는 구구단』 속의 아이들은 “하염없이/ 고꾸라지지만// 끊임없이/ 물구나무서는 물”(「분수」처럼 어려운 상황과 난관을 딛고 결국엔 일어선다.
해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균형이 기우뚱 무너지려고 하거나 무너졌을 때” 시에 등장하는 존재들이 “서로 힘을 모아 협력적 치료를 수행”한다. 이것이 바로 『달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