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검은 마녀의 우산
까만 비닐 검은 꼬리/ 고양이 이름 짓기 /고양이 글자 낚시 /담쟁이덩굴/
울음에 대한 물음/ 검은 마녀의 우산/ 자동 우산/ 모자에서 나온 동생/
빨빨/ 룸메이트/ 누군가 귓속을 두드릴 때/ 감사의 표시/
2부 물어볼 수 없는 것들
구석/ 초대장/ 야간 학습/ 심령사진/
괴담/ 폐교/ 시소/ 이사/ 흉가/
물어볼 수 없는 것들 / 손/ 엘리베이터에 갇히다/
3부 너만 좋으면 나는
먼지 아이/ 손톱 깨무는 아이/ 손금 보는 아이/ 과묵한 친구/
너만 좋으면 나는/ 블록 놀이/ 숨바꼭질/ 장례식 놀이/
주워 온 아이/ 빠진 자리로 슬그머니/ 분실물/
4부 위로의 미로
위로의 미로/ 농담/ 앙앙/ 걸려들다/
손톱자국/ 무릎에 손님/ 꿈에서도 싸웠다/
킁/ 토끼 귀/ 사라진 그림자/
해설 | 외로움에 귀를 기울이는 법 _송미경
차분히 바라보면 세계가 살아난다
움직이지 않는 사물도, 말할 수 없는 대상도 『고양이 글자 낚시』 안에서는 생명을 얻는다. “굴러가는 검은 비닐”에서 고양이의 “살랑이는 까만 꼬리”가 보이고(「까만 비닐 검은 꼬리」, “오래 산 버드나무”가 “아무도 안 볼 때” “긴 머리”를 “흔들어” 댄다(「괴담」. 시인은 특유의 관찰력으로 대상의 특징을 포착하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적합한 이미지를 연결시킨다. 작품 속에서 이루어지는 의인화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작위적이지 않은 의인화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비유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 준다.
시인의 눈은 사물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소통의 수단으로만 여겨지기 쉬운 말과 문자도 그의 손에서는 상상과 놀이의 도구로 재탄생한다. 「고양이 글자 낚시」와 「룸메이트」, 「시소」는 말이 지시하는 의미와 문자가 배치된 형태를 재미있게 결합하고 있다. 달팽이를 ““@_”처럼(「누군가 귓속을 두드릴 때」, 햇빛에 말라붙어 “먹기 좋게 말린” 지렁이를 “●”처럼 문자로 그리는 방식에서(「너만 좋으면 나는」, 다양한 기호를 표현의 재료로 삼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유령을 알면 친구도 두렵지 않지
대상을 차분히 관찰하는 시인의 눈에는 유령도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외롭고 쓸쓸한 감정을 유령들이 느끼고 있으며, 사람인 화자가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위로를 보내려 한다는 점이다. 「구석」의 화자는 “우우우―/ 울고 있”는 유령을 보고 “나도 가끔 그렇게”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울고 싶은 날”이 있었다며 “왜 우냐고 무슨 일이냐고/ 묻고 싶었”다고 말한다. 반대로 「시소」에서는 “싸우는 소리가/ 무서워 몰래/ 집을 나”온 아이의 “둥글게 말린 어깨를” “귀신”이 안타깝게 여기며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김성진 시인의 세계에서 유령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그의 유령은 사람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시인이 감정을 구체화시킬 이미지로 유령을 택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