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아물고 나면, 무언가는 남게 된다, 다행히도!
『내 딱지 얘기를 하자면』은 스웨덴의 그림책 작가 엠마 아드보게의 최근작이다. 그는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유별나지 않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잊을 수 없을 만큼 선명한 통찰을 독자에게 안기는 작가다. 누구에게나 피가 흐를 만큼 다쳐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동안 아파서 고생하고, 시간이 지나 딱지가 앉고, 그 밑에서 상처가 아물고, 마침내 분홍빛 새살을 마주해 본 경험 또한 있을 것이다. 이 일련의 경험들은 축적되며 일종의 회로가 되고, 그렇게 우리는 전보다 조금 더 수월하게 회복하는 사람이 되어 간다. 물기 하나 없이 딱딱하게 말라붙은 딱지는 그 엄연한 증거이며, 주인공이 딱지가 떨어진 자리를 조심조심 만져 보며, “좋네요.” 하고 말하는 순간의 진실이다.
보드랍게 반짝이는, 아프지만 자랑스러운 너와 나의 성장
이야기의 시작부터 선혈이 낭자하는 이 그림책 속 세계는, 한 겹을 더 들추어 보면 사려 깊은 친구들과 필요한 만큼 따뜻한 선생님들이 있는 다정한 세상이다. 예기치 않게 친구들의 관심 한가운데에 서게 되어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싫지 않은 마음, 아픈 나를 배려해 주는 친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 상처가 다 나아서 이 호시절이 끝나 버리면 어쩌지 하는 알쏭달쏭한 마음과 마침내 왕 딱지를 무릎에 달고 등교하던 아침의 두근대는 마음까지, 파이처럼 풍성하게 겹쳐진 감정의 속살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읽기에 좋은 그림책이다.
일상과 비일상 사이를 펼쳐 보여 주는
엠마 아드보게의 유희와 위트
엠마 아드보게의 유머러스한 문장 속에서 아이는 짐짓 의연한 태도로 우리를 웃게 한다. 흐릿한 연필 선을 바탕에 깐 평면적인 드로잉은 아이들의 자유로운 시야를 반영하는 유희의 감각을 자극하지만, 화면 곳곳에 떨어져 있는 이야깃거리들과 저마다의 감정을 가진 인물들의 표정은 오히려 극사실주의라 할 만큼 생생하다. 『내 딱지 얘기를 하자면』은 “흐르는 묽은 피에서부터 거무튀튀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