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장인의 아틀리에, 열정과 집념의 세계
클라브생을 만드는 소년: 클라브생 제작자, 레나르 본 나젤
근본을 알 수 없는 소리: 종 제작자, 루이지 베르가모
하늘을 나는 열쇠공: 열쇠 복원가, 알랭 드 생텍쥐페리
나비 부인의 아리아: 부채 장인 안 오게
소리의 건축가: 파이프오르간 제작자, 베르나르 오베르탱
인생을 재는 시계: 오를로제, 필리프 프뤼트네
가구의 노래를 들어라: 에베니스트, 미셸 제르몽
직물의 지휘자: 타피시에, 레미 브라제
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과학 기구의 장인, 크리스티앙 티로
당신을 위한 유일한 안경: 귀갑 장인, 크리스티앙 보네
은의 숨결을 고르다: 은세공사, 니콜라 마리셸
직공의 삶, 직공의 공장: 견직물 제조소, 메종 조르주 르 마나
‘장인 순례단’의 탄생
『어린 왕자』의 작가 앙투안 생텍쥐페리는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 그의 종손인 알랭 드 생텍쥐페리는 여전히 그가 살았던 프레이스 성을 지키고 있다. 오늘도 묵묵히 열쇠를 복원하고, 목재를 자르고, 직접 헬기를 만들며 살고 있다. 그는 프레이스 성 전체를 아틀리에로 쓰면서 프랑스의 전통 공예와 가문의 기술을 이어가고 있다.
생텍쥐페리 가문의 프레이스 성은 창문이 정확히 105개다. 이 사실을 어떻게 아느냐고? 이 책을 쓴 저자 이지은이 일반인들에게는 좀체 열리지 않는 프레이스 성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알랭 드 생텍쥐페리에게 직접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왕자가 그려져 있고 “보아뱀이 들어 있어요”라고 씌어 있는 헬리콥터도 보았다.
장인들의 아틀리에는 저자에겐 그야말로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웬만한 명품 브랜드를 달고 있는 상품조차도 그 앞에서는 빛을 잃어버릴 만큼 오랜 전통과 빛나는 기술이 넘쳐난다. 그 기술이 만나서 빚어낸 오브제는 그 자체가 이미 예술 작품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신묘한 기술들만큼이나 특이한 인생을 사는 장인들이 있다. 저자가 그들의 아틀리에를 방문하면서 깨우친 것은, 기술은 단지 기술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 기술을 일정한 수준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것은 인간의 숨결과 손길이며, 한 장인의 인생이다. 이러한 깨달음이 프랑스 각지에 흩어져 있는 장인들의 아틀리에를 직접 순례하기로 마음먹은 계기였다.
파리에서 피레네 산맥까지, 놀라운 장인들의 세계
장인들을 취재하는 방법에는 빠른 길이 없었다. 프랑스 문화부의 추천장도 그다지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몇 번이고 찾아가서 그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장인들은 홀로 일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세계와 언어, 상식이 있다. 클라브생(하프시코드을 되살린 레나르 본 나젤을 시작으로 장인들을 만나 친분을 쌓기 시작한 저자는 장인들 사이에 이어진 촘촘한 인맥의 끈을 따라 순례를 시작했다.
개중에는 유달리 까탈스러운 장인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