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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사람들이 날 찾았니 -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25
저자 양수산
출판사 서해문집
출판일 2023-05-15
정가 14,500원
ISBN 9791192988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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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가족
전학
멀리뛰기
소문
찾아가는 길
발을 헛딛고
이렇게 끝날 수는 없어
검은 물속으로
깜빡이는 것
여기서부터
다시 맨발로
책 속에서

엄마와는 4층 건물의 4층에서 살았다. 1층엔 헌책방이 있었다. 건물주 부부가 하는 책방이었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거기서 보냈다. 동화책에서 시작해 멋모르고 소설로 갈아탔다. 내 독서는 헌책방에 책이 들어오는 순서에 달려 있었다. 마커스 주삭의 《책도둑》은 2권을 먼저 읽은 후 그 이듬해에 1권을 읽었다.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고, 좋아하는 책들은 반복해서 읽었다. 주인 부부는 내가 읽은 책을 장부에 기록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엄마는 내가 읽은 책의 대여비를 지불했다. 엄마가 내게 해준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었다. 좋은 기억.
_43쪽

아픔이 밀려온다. 아픔은 파도처럼 나를 덮친다. 수천 개의 물방울로 부서져 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 있는 걸 느낀다. 나는 더 이상 수족관 속의 물고기가 아니다. 산소가 주입되고 먹이가 주어지는 좁고 안전한 수족관에서 벗어났다. 나는 이쪽 유리 벽과 저쪽 유리 벽을 오가며 바다의 행방을 묻는 물고기가 아니다. 나는 이제 바닷속을 헤엄친다. 거센 풍랑이 산소를 불어넣고, 비늘이 긁혀가며 내 힘으로 먹이를 찾는 곳이다. 빛나는 지느러미들 사이에서 나는 힘차게 물살을 가른다. 내가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나는 지금 크고 아름다운 고래를 쫓는다.
_113쪽

갑자기 외롭지 않다. 누군가가 나를 찾는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지느러미를 잃고 목이 댕강거리는 채 가라앉는 상어가 아니다.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 내게도 노든이 있는 거다. 여기가 끝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 부서지고 찢겼지만, 부서지고 찢긴 채 일어서면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 상처를 들여다봐주고, 약을 발라주고, 옷에 묻은 흙을 털어주고, 움츠러든 어깨를 잡아줄 사람. “자, 어깨 펴고!”라고 말해줄 사람.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_221쪽

반디와 나도 해야 할 일이 있다. 두 번째 징검다리를 건너는 일이다. 마음속의 지옥으로부터 벗어나는 일.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돼줄 거다. 힘이 돼줄 사람이 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