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1. 길가메시
2. 아이소피카
3. 오이디푸스 왕
4. 그리스·로마 신화
5. 아라비안나이트
6. 탈무드
7. 일리아스
8. 신곡
9. 셰익스피어 작품선
10. 돈키호테
11. 실낙원
12. 걸리버 여행기
13. 젊은 베르터의 고뇌
14. 안데르센 동화
15. 제인 에어
16. 폭풍의 언덕
17. 독일인의 사랑
18.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19. 주홍 글자
20. 월든
21. 레 미제라블
22. 오만과 편견
23. 여자의 일생
24.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5. 인형의 집
26.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27. 파브르 곤충기
28. 적과 흑
29.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30. 안나 카레니나
31. 모비 딕
32. 허클베리 핀의 모험
33. 말테의 수기
34. 몬테크리스토 백작
35. 마담 보바리
36. 오페라의 유령
37. 위대한 유산
38. 좁은 문
39. 젊은 예술가의 초상
40. 위대한 개츠비
41. 이방인
42. 동물 농장
43. 어린 왕자
44. 노인과 바다
45. 호밀밭의 파수꾼
46. 그리스인 조르바
47. 백년 동안의 고독
48. 앵무새 죽이기
49. 장미의 이름
50.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책 속에서
인류 문명을 말할 때면 서양 사람들은 으레 ‘문명의 요람’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그러나 ‘문명의 요람’보다는 오히려 ‘문명의 강’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까마득히 먼 옛날 인류는 큰 강이 있는 곳에 둥지를 틀고 문명의 성을 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일강의 이집트 문명, 인더스강과 갠지스강의 인도 문명, 황허강의 중국 문명이 그 좋은 예다. 현재까지 알려진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고 할 수메르 문명은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 만나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둥지를 틀었다. 기원전 4000년쯤 흔히 ‘비옥한 초승달 지대’로 일컫는 이곳에 수메르 사람들이 정착하여 도시 국가를 건설하고 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웠다. 그래서 한 역사가는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처음으로 문명의 동이 트고 문화의 새벽이 밝아 온 곳, 전 세계로 그 빛을 전파한 곳이 바로 수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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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아이소피카』 하면 도덕적 교훈이 먼저 떠오르지만, 과거에는 도덕적 교훈보다는 사회 비판이나 정치 풍자의 기능이 훨씬 더 컸다. 언론의 자유가 제약을 받던 당시 아이소포스는 위정자(爲政者에 대한 불만을 동물에 빗대어 풍자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비판이 자유롭지 못하면 으레 사람들은 다른 틀을 빌려 풍자하게 마련이다. 이 무렵 사람들이 우화를 좋아한 것은 그만큼 언로(言路가 막혀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폭군 정치가 끝나고 민주 정치가 들어서면서부터 수사학자들은 우화를 수사학의 기교를 보여 주는 본보기로 삼았다. 그런가 하면 우화는 밥을 먹고 난 뒤에 가볍게 나누는 한담의 주제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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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왕』의 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자기 정체성의 문제는 첫손가락에 꼽힌다. 작품 첫 부분에서는 “누가 라이오스 왕을 죽였는가?”라는 물음이 전면에 크게 부각되어 있다. 그 때문에 언뜻 봐서는 탐정소설을 떠올리게 된다. 이 물음은 플롯이 전개되면서 점차 “나는 누구인가?”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