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일반적으로 도덕적 사태에서 제기되는 물음은, ‘나는 이 사태에서 마땅히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도덕적 사고를 통해 스스로 찾으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한다든가, 권위자의 말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사람들이 제시하는 이유는 대개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하니까.’ 또는 ‘지도자59가 그렇게 말씀하셨으니까.’와 같은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것이 도덕적으로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는가이다. 물론 그러한 것이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 86쪽
도덕적 행동은 도덕적 문제 사태에서 ‘나는 마땅히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물음에 대한 답에 따라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다. 이는, 도덕적 행동은 당위에 따라야 하는 규범적이고 의무적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도덕적 행동은 우리가 심리적으로 원하거나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마땅히 해야 하는 행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도덕적 행동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 115쪽
다음으로 ‘살인을 해서는 안 된다.’는 도덕 원리가 타당한가에 대해 검토해 보자. 이 원리는 ‘나는 태아를 지워서는 안 된다.’는 도덕 판단에서 판단의 기준으로 사용된 원리이다. 그런데 도덕 판단에는, 가치 판단에서도 그러하듯이 개인의 주관이 개입된다. 하지만 도덕 판단은 주관적으로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이는, 도덕 판단에서 작용하는 주관은 동시에 상호 주관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도덕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1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