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登毗盧峯幷序
비로봉에 오르다
曳杖陟崔嵬 長風西面來
靑天頭上帽 碧海掌中杯
余之遊風嶽也 懶不作詩
登覽旣畢 乃撫所聞所見
成三千言 非敢爲詩
只錄所經歷者耳
言或俚野 韻或再押
觀者勿嗤
지팡이 짚고 제일 높은 비로봉에 오르니
긴파람 서쪽에서 불어오네
파란 하늘은 머리위에 쓴 모자와 같고
푸른 바다는 손바닥 안의 술잔 같구나
내가 풍악산을 유람할 때는 게을러서 詩를 짓지 못했다.
유람을 마치고 나서 이제야 들은 것, 본 것들을 모아서
삼천 마디의 말을 구성하였다.
감히 詩라고 부를 것은 못되고
다만 몸소 겪은 바를 기록하였을 뿐이다.
말이 더러 속되고 韻字도 더러 중복되기도 하였는데
이를 보는 이들은 비웃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