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하고 당돌한 불효자 뺑덕이 나가신다!
『초정리 편지』 『스프링벅』 배유안 작가의 『심청전』 비틀어 보기
배유안 장편소설 『뺑덕』이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61권으로 출간되었다. 스테디셀러 『초정리 편지』와 청소년소설 『스프링벅』 등을 통해 간결한 문체와 빛나는 상상력을 선보이며 작가적 개성을 다져 온 배유안이 이번에는 『심청전』의 주?조연들을 빌려 와 가족과 효 이야기를 새롭게 펼쳐 보인다. 작가 배유안은 ‘의뭉스러운 악녀’의 대명사로 우리에게 익숙한 ‘뺑덕 어미’라는 인물을 주목했다. 그녀의 아들 ‘뺑덕’(병덕이 정말로 존재했으리라는 참신한 발상을 바탕에 두고 막힘없이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 주인공 병덕이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향해 느끼는 애증과 그러한 유감을 딛고 성장해 가는 모습이 공감 가게 그려진다. 아들을 빼앗긴 슬픔을 가슴에 묻은 채 괴팍하게 한세월을 살아 내는 뺑덕 어미의 모습 또한 밉살스러우면서도 동정이 가고 묘한 생명력을 뿜어낸다. 매끄러운 서사 속에 뛰어난 해학과 골계미를 담아낸『뺑덕』은 ‘효녀 심청’으로 대표되는 효의 가치와 가족의 소중함을 지금 현실에 비추어 볼 수 있게끔 한 작품이다.
『심청전』 어디에도 뺑덕 어미만 있고 뺑덕이는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아이 이야기를 해야 했다. 이제 심 봉사가 아니라 뺑덕이와 우리들이 눈을 뜨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열다섯 살의 뺑덕, ‘나쁜’ 어머니를 찾아 가출을 결심하다
동네에서 ‘뺑덕’이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병덕은 남동생이 태어나면서 자신의 생모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병덕은 이내 그 사실을 떨쳐 내려 애쓰는데, 행실이 나빴다는 어미의 존재가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새어머니의 서슬 퍼런 눈빛을 견디다 못한 어느 날, 병덕은 “제 어미 사는 동네가 어디예요?”(15면 하고 불쑥 묻고 만다. 새어머니는 이 말을 병덕이 집을 나가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결국 병덕은 열다섯 살에 집을 떠나 뱃사람으로서 새 삶을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