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_7
1장 주체/행동과 다른 관점: 변화 _17
2장 변화 아래에서: 이행과정 _27
3장 눈은 녹는다(또는 존재를 위한 입장은 이행과정의 사유를 가로막는다 _35
4장 변용에 시작이 있는가? _49
5장 이행과정 또는 횡단?늙음은 항상 이미 시작되었다 _59
6장 반전의 모습 _71
7장 삶의 유동성(또는 어떤 것이 어떻게 이미 다른 것이 되어 있는가? _87
8장 ‘시간’을 발명해야 했는가? _105
9장 사건의 신화 _121
10장 부족한 개념: 역사, 전략, 정치 _139
옮긴이 해제 간극와 탈합치 _159
옮긴이 후기 _185
프랑수아 줄리앙의 저작 _189
거대한 빙하의 움직임처럼,
커다란 사건은 고요한 변화에서 돌출한다
별은 갑작스럽게 해체되지 않는다─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힌 서양 철학의 빈틈
어느 날, 연인들이 헤어지고 별이 해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런 사건은 어떤 징후도 없이 갑작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사건’은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연인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나 젊은 항성의 내부에서 고요하게 일어나던 핵융합이, 우리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 그 안에서 응축된 결과 사건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저자인 프랑수아 줄리앙은 서양 사유의 전통이 이런 과정을 사고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이유를 인도유럽어 체계에서 찾는다. 필연적으로 주어와 술어의 관계를 서술해야 하는 인도유럽어 체계하에서 변화를 이해하려면‘변하는 어떤 것’을 상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하는 ‘존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일례로 ‘늙음’을 제시한다. 우리가 ‘늙음’을 알아챌 수 있는 이유는 눈가의 주름 한 줄이나 흰머리 한 올이 아니라, 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의 노화다. 변화가 전반에 걸쳐 일어나기에 ‘사건’이라고 인식되는 것은 결국 ‘분위기’가 변화된 결과를 인식한 것에 불과하다. 이런 이해가 없다면 ‘사건’은 단절된 ‘어떤 것’으로만 이해될 수밖에 없다.
흰색과 검은색 사이에 ‘회색’이 있다. 두 개의 개별항 사이에 중간항을 만들어 냄으로써 변화의 ‘과정’을 설명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회색’은 또 하나의 개별항으로 그 지위를 유지한다. 과거와 미래 사이의 ‘현재’ 역시 마찬가지다. 서양 사유는 언어의 한계 속에서 존재론을 만들어 냈고, 파편적인 사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세계의 연속성과 유동성을 설명하기 위해 ‘시간’이라는 개념을 가공해 내야만 했다.
사건의 연쇄가 아니라 ‘이행과정’ 그 자체인 세계
서양 사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저자는 중국의 사유를 끌어온다. 중국에서는 한 해의 흐름을 봄과 가을이라는 두 계절, 춘추에 의거하여 파악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