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프롤로그
제1장 잊었으나 잊히지 않는 기억
과거사가 된 베트남전쟁ㆍ연구 범위와 대상
제2장 기회로서의 베트남전쟁
아시아내셔널리즘의 충돌ㆍ전쟁자본주의 시대의 개막ㆍ베트남전쟁의 국민국가적 무의식
제3장 베트남전쟁 담론 변천사
동질성 담론과 반공개발론, 1965-1968년ㆍ경제 담론과 휴전 반대론, 1969-1975년ㆍ타자성 담론과 기억의 공백기ㆍ탈냉전과 대항 담론의 심층
제4장 베트남전쟁의 재현 대상들
황색 거인의 신체 변화ㆍ베트콩의 정치성ㆍ한국을 노크한 베트남 난민
제5장 평화를 위하여
경합하는 두 목소리ㆍ사과의 윤리
에필로그
주ㆍ참고문헌ㆍ찾아보기
수록 도판 크레디트
총서 ‘知의회랑’을 기획하며
이 책의 문제의식,
어떤 적극적인 망각
어느덧 베트남전쟁(1955~1975 종전 50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데도 그리 이상하지 않을 시간. 32만이 넘는 병력을 파병했고, 5천여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으며, 3만여 라이따이한까지 생겨났지만, 우리 기억 속 전쟁은 1992년 한베 재수교 후, 경협ㆍ여행/관광ㆍ결혼 및 노동인력 이주 등, 새로 추진되는 현실적 인연들 덕에 잊혀갔다. 정녕 전쟁은 잊혀져간 걸까, 그냥 우리가 잊어버린 걸까.
한국사회에서 ‘과거사’로서 전쟁은 점점 박제된 유물이 되어가고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베트남전쟁은 한국전쟁과 닮은꼴을 한 최근의 전쟁이었다. 한국인들도 냉전이자 열전인 6.25를 겪었다. 그런데 잊지 않으려고 매년 기념식을 열고 정치권까지 나서 기억 투쟁을 주도하는 한국전쟁에 비해, 베트남전쟁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한결같이 냉담하다. 1990년대 후반에 일어난 대항 담론―베트남전 참전에 대한 반성적 인식―도 베트남 당국의 개혁개방(도이머이 정책에 한국이 적극 편승하면서 양국이 함께 묻어야 할 과거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모든 전쟁이 악이라는 일반론에서도 멀거니와, 국민국가에서 국민을 대리하는 국가권력의 위세만 주지시킬 뿐이다. 권력은 전쟁같이 아프고 불편한 기억은 되도록 잊는 것이 좋다고 설득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베트남전쟁을 ‘잊힌 전쟁’보다 ‘잊은 전쟁’이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베트남전쟁은 통상 미국(및 남베트남과 북베트남(및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일명 베트콩의 전쟁으로 규정되어왔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이를 전쟁이 준 기회에 주목한 ‘한국의’ 베트남전쟁이라 부름으로써 이에 대한 시각을 전환해보고자 한다. 이는 베트남전쟁이 1960년대 한국의 근대화프로젝트에 미친 영향과 태평양-한국전쟁이 낳은 제국의 폭력, 조선인 학살, 동족상잔이라는 비극을 경제적 성장 가능성으로 희석시키는 심리적 전환점이 되었다는 데 주목하는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문제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