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처음 이 작품의 컨셉을 생각했던 시기는 2009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대중적인 작품이 전보다 많아지고 있었습니다. 연극영화학과 학생이었던 저는 시간여행과 관련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죠. 시간여행 장르는 SF로 풀 수 있으면서도 많은 CG를 사용하지 않고 표현할 수 있기에 ‘내 취향을 충족시키면서도 독립영화로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습니다. 이러한 심리였기에 수많은 타임슬립물이 상업작품으로 만들어지던 상황은 저를 초조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하나의 의문이 생겼습니다. ‘혼자만 과거로 가서 이득을 취하는 것은 공정한가?’ 그렇게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이 좋은 기적을 주인공만 사용하게 하지 말고, 아예 전 세계 사람들 모두 과거로 가버리자!’ 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이 책의 초고를 쓰고 다른 작품을 작업하던 사이에 또 하나의 타임슬립 소재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주제와 극의 구조를 유심히 보게 되더군요. 지향점이 다른 작품이었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신작뿐만 아니라 과거의 시간여행물들도 대부분 비슷한 결론을 내립니다. 동어반복처럼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타임슬립 작품을 만들고, 찾습니다. 그 이유는 결국 우리는 현재를 살아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다시 한번, 밀레니엄》은 제 첫 시간여행물이 아닙니다. 아마 마지막도 아닐 것입니다. 과거의 후회는 이번 작품으로 떠나보냈지만 현재는 다시 과거가 되고 새로운 후회가 남겠죠. 그때 저는, 우리는 다시 한번 시간여행을 시도할 겁니다. 타임슬립은 픽션에서만 가능하지만 그 픽션이 현실을 사는 우리의 삶에 위안을 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