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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장인과 닥나무가 함께 만든 역사, 조선의 과학기술사
저자 이정
출판사 푸른역사
출판일 2023-05-12
정가 22,000원
ISBN 979115612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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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서설_닥나무 중심의 과학기술사
닥나무 과학기술 인류세의 역사
닥나무와 기지라는 과학기술: 경계를 넘는 통합의 과학기술사
닥나무 연대의 조선 과학기술

1장 닥나무와 한반도 종이의 재발명
기록의 미로
경험의 미로
사물이 말하는 발명
다양한 사물과 연대하는 기지

2장 도침, 기지와 새로운 장인
조선 사대부가 완성한 종이 생산 체제 속의 도침
관영 종이 생산 체제와 충돌하는 사물의 법칙
홀로 남은 조지서와 늘어나는 종이 규격
새로운 장인들

3장 휴지와 환지, 귀한 쓰레기가 만든 조선적 관료제
쉬다가 돌아오는 종이
종이 위의 성공, 종의 안의 성공
휴지가 만드는 인자한 왕과 청렴한 관료제
귀한 쓰레기의 변신

4장 지구적 실학과 조선의 제지
중국의 책과 조선의 학문
이동하는 사물과 조선 후기 실학의 지구화
문자 연계 과학기술과 조선의 제지 과학기술
기지와 문자의 지연된 만남

5장 이주자 닥나무 연대와 닥종이 기지의 진화
국가의 닥나무, 백성의 닥나무
근면한 이주자들
탄압받는 사찰의 이주자 연대
사물적 기지의 닥종이 천지

에필로그_탈인류세를 위한 과학기술

주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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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고유의 첨단 제지술, 도침

지은이가 꼽은 전통 한지 제조 비법의 핵심은 종이를 쌓아놓고 다듬이질하듯 두드리는 도침搗砧이라는 마무리 과정이었다. 조선에서만 시행된 도침법을 거친 닥종이는 광택, 밀도, 먹의 스밈, 방수 효과 등 품질이 뛰어나 중국과 일본에서 인기를 모았다. 이에 따라 명, 청은 주요 조공품으로 막대한 양의 종이를 요구해 전체 방물 예산의 3분의 1이 종이 관련인 때도 있었다(102쪽. 뿐만 아니라 1425년에는 명 황제가 세종에게 ‘종이 만드는 방법을 적은 글’을 바치라 요구하기도 했으며 역시 세종 때인 1420년엔 후지厚紙 3만 5,000장을 바치며 금은의 조공 양을 줄여달라고 청했을 정도도 한지의 가치는 컸다(89쪽. 그런가 하면 도침은 군역은 대신할 정도로 고된 일이었기에 조선 후기에는 장인 중 가장 높은 공임을 받는 고급 기술이기도 했다.

‘쓰레기’의 화려한 변신, 휴지?환지

도침과 더불어 지은이가 전통 한지의 과학기술사에서 주목한 것은 휴지休紙, 환지還紙라는 친환경적 재활용술이다. 한 번 쓰고 난 종이를 가리키는 ‘휴지’는 오늘날의 쓰레기 취급이 아니라 ‘돌아온 종이’ 환지가 되어 신발, 삿갓은 물론 북방을 지키는 군사들의 갑옷, 새색시가 타고 가는 가마 안의 요강으로 다시 태어났다. 면화를 키울 수 없었던 북방의 백성들은 과거시험 낙방자들의 답안지인 낙폭지 외투가 솜보다 낫다고 반겼으며(147쪽 군기감은 쇠사슬로 만든 갑옷보다 가볍고 방호 효과가 뛰어나다며 종이 갑옷을 제작하기도 했다(130쪽.

이에 따라 휴지 확보에 비상이 걸려 세초洗草한 실록의 초고와 지방에서 공린 재실災實 장계까지 활용했다. 이 와중에 지방에서 실시된 과거시험의 낙폭지를 모두 서울로 보내도록 했는데 1705년에는 낙폭지 수송량이 적다는 이유로 한 시험관이 일종의 ‘휴지 횡령죄’로 파면되는 등 휴지는 청렴한 관료제 확립에 기여하기도 했다.

체제의 버팀목이자 변혁의 불씨

지은이가 파악하기로 종이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체제를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