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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계간 시마 2023. 여름 제16호
저자 이준관, 조향순, 박해람, 윤성택, 김선하, 김미희, 이은정, 조성찬, 김영빈
출판사 도훈
출판일 2023-06-07
정가 13,000원
ISBN 9791192346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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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희와 선하의 시와 사진
김미희, 김선하

칼로 새긴 시詩
박해람

시마詩魔 _봄 신작시
김상미, 박해람, 현택훈, 박은지, 박선민

나의 시詩 나의 생生
감정이라는 유령의 덫
_ 신달자

조향순 시인의 고양이와 산다

시마詩魔 Ⅰ
김회권 박경옥
윤서주 이만영
이우디

시詩 읽는 계절
금시아

윤성택의 불씨 하나 품고

시마詩魔 디카시
강지혜 김경화 김세영
송재옥 송희정 염진희
이만영

시마詩魔 디카에세이
송재옥

양진기 시인의 詩詩 때때로

시마詩魔 Ⅱ
김일곤 김태영
김춘성

이준관의 시담시담

이은정의 오후의 문장

여행인문학 _조성찬

김영빈의 디카시앗
불현듯 소용돌이치며 감정이 솟구쳐 올라 벽에 머리를 찧고 싶은 순간이 지금이라고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음의 빗이 그 감정의 파도를 잘 빗겨 내려 이내 고요해지는 것을 나는 느낀다.
그것을 사람들은 나이라고 말해 준다. 그렇다. 나이 덕일 것이다. 내 어머니는 칠순이 가까워질 때까지 “마음은 청춘”이라고 말하곤 했었다. 그 말이 처음에는 힘이 있다가 차츰 말끝에 힘이 빠지고 있음을 알기는 했지만 어머니의 표정에는 “진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살아왔다고 해야 옳다. 나이만큼 마음이 늙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도 아프게 경험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마음과 나이의 거리가 또 하나의 아픔을 만들어 내는 것을 견디는 일이 바로 나잇값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진폭이 큰 파도는 더 힘이 필요할 것이다. 감정과 감정, 현실과 감정 사이에서 진폭이 큰 파도처럼 대책 없이 떨어져 내리며 부서졌던 세월이 나의 젊은 시절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마치 그런 폭풍 같은 감정을 놓치기라도 하면 시인에서 멀리 떨어지는 것처럼 나는 생각했을 것이다. 그 감정 때문에 나는 날 너무 고단하게 부려먹었다. 감정을 제왕처럼 모시면서 그것을 “질실”이라고 외치면서 감정을 배반하면 날 배반하고 문학을 배반하고 나라를 팔아먹는 것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내 인생에 후회가 있다면 남발한 내 감정이다. 그것이 형체가 있다면 두 팔이라도 묶어 감옥에라도 넣고 싶지만 그렇지 못해서 아니 내가 만든 감옥에 넣기도 했지만 그는 너무 자주 출소하거나 도망쳐서 내 가슴에 면도날 자국을 그었던 것이다.
나는 이익에 둔하다. 감정을 최우선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감정이란 흘러가는 대로 두면 결국 남는 것이 없다. 피로와 고단함과 자책만 남는다. 한량없이 배고프고 초라한 것이 감정이다. 적당량의 감정이란 에너지도 되지만 과다하면 붕괴한다. 늘 우울한 낮과 밤, 늘 위태롭기만 했던 외로움은 감정이 자생시킨 쓸모없는 지병이었을 것이다. 속 빈 강정같이 본질도 알 수 없는 감정과 싸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