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최화선 전쟁의 감각과 사유
주제 서평
김준서 인간 조건의 비극성으로부터 구원을 찾다 《일리아스》·《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
이종현 우리는 물고기처럼 입을 다물었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이덕균 게이머는 병사로 다시 태어나는가 《전쟁 게임》
서명삼 이라크 전쟁 20주년을 맞아 돌아본 종교와 폭력의 관계 《거룩한 테러》
한상원 전쟁은 도덕적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마르스의 두 얼굴》
이헌미 존재의 탈식민화와 세계의 인간화를 위하여 《알제리전쟁 1954-1962》
비주제 서평
노민정 남겨진 폭력의 아카이브, 정의의 다정한 얼굴을 찾아서 《남겨진 사물들》
박규태 르네 지라르, ‘양의성’으로 다시 읽기 《폭력과 성스러움》
원정현 기후 위기의 시대, 훔볼트를 다시 생각하다 《자연의 발명》
최재인 어떤 바통을 들고, 어디로 달릴 것인가 《커리어 그리고 가정》
김성재 페르낭 들리니, 혹은 이해 불가능성의 윤리 《전집》
개개인이 살아낸 전투의 영광과 폭력의 참화
이론으로 환원되지 않는 고유한 목소리들
4호의 주제 서평은 개인의 경험과 개별 사건이 지닌 구체성과 특수성, 그리고 사유와 이론이 지향하는 포괄성과 보편성 사이의 긴장 관계를 고려해 구성되었다. 먼저 주제 서평을 여는 책은 트로이아 전쟁을 노래한 전쟁 문학이자 서구 문학의 출발점인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이 목도한 2차 세계 대전을 바라보는 철학자 시몬 베유의 논고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다. 서양고전학 연구자 김준서는 두 책에 관한 서평 〈인간 조건의 비극성으로부터 구원을 찾다〉에서, 《일리아스》의 전쟁터가 인물들이 영웅적 탁월함을 발휘하는 활약의 장이자 끔찍한 폭력이 만연한 참사의 장으로 그려진다는 데 주목한다. 전쟁의 양면성에 관한 이러한 독해를 바탕으로, 서평자는 베유가 트로이아 전쟁과 2차 대전을 중첩해 끌어내는 호메로스 해석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무공의 영광을 향한 갈망과 폭력의 참상에 대한 혐오라는 양가적 요소는 이어지는 서평에도 나타난다. 두 번째 글 〈우리는 물고기처럼 입을 다물었어〉는 2차 대전에 참전한 소련 여성 병사들의 증언을 엮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목소리 소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평한다. 서평자인 러시아문학 연구자 이종현은 전방에서 영웅적 공훈을 이루고자 하는 소녀 병사들의 바람이 단순한 관제 이데올로기의 산물이 아닌 ‘인간의 욕망’임을 확인한다. 그러나 종전 후 이들은 전투의 트라우마와 사회적 멸시로 고통받게 되며, 자신이 겪은 참상을 표현할 언어를 찾지 못해 물고기가 수면의 얼음을 두드리듯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서평은 얼음 너머로 이들의 입 모양을 읽어내려는 저자의 노고에 주목하며, 국가와 사회가 원하는 매끄러운 영웅 서사로는 담아낼 수 없는, 범속한 개인들의 고유한 진실을 짚어낸다.
다음 서평은 비디오 게임에서의 전쟁 재현을 살핀다. 철학 연구자 이덕균의 〈게이머는 병사로 다시 태어나는가〉는 매슈 토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