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했던 일상을 전복하는 묵직한 상상력
금요일 퇴근 시간을 앞두고 주안시 고용센터 실업급여과에 복면을 쓴 테러범들이 들이닥친다. 옆구리에 총까지 찬 그들의 위협에 실업급여과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된다. 밖으로 나갈 통로는 봉쇄되고, 핸드폰은 모두 빼앗기고, 센터로 걸려 오는 전화를 받지 못해 벨 소리는 시끄럽게 울려댄다. 단 십여 분 만에 실업급여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돈이 목적이라면 은행을 털지 왜 하필 고용센터를 찾아온 걸까. 이런 질문을 던질 독자에게 이야기는 재빠르게 ‘복수’라는 답변을 내놓는다. 민원인과 창구 직원, 실업급여를 두고 만들어진 원한으로 인해 서사의 인과관계는 설득력을 갖는다. 민원인으로 상담을 받았던 누군가가 앙심을 품고 일으킨 비일상적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독자는 이면의 이야기가 궁금해질 것이다. 한편으로는 같은 민원인의 입장이 되어 창구 직원들의 항변이 듣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센터 안의 적막을 깨는 총소리가 울리는 순간, 이야기의 전개는 독자의 관점과 함께 기존과 전혀 다른 국면을 맞는다.
“시선 속에 들어온 것은 침대 위에 드러누워 있는 나였다. 눈꺼풀이 단단히 잠겨 있고 보랏빛 입술도 틈새 없이 맞물린 모습이었다.” (35쪽
실업급여과 4번 창구 직원이자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안은 테러범의 총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육체에서 영혼이 분리된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되고, 그 덕에 공간을 이동하거나 남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이안은 아무도 자신을 볼 수 없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그 공간을 ‘제로의 공간’이라고 이름 붙인다. 언제 벗어날지, 벗어날 수는 있을지 모를 공간에서 이안은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다소 판타지처럼 느껴질 수 있는 요소지만, 이안의 유체 이탈은 독자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안의 눈과 입을 통해 독자는 민원인의 사연뿐 아니라 창구 직원으로서의 고충 역시 엿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