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된 고양이와 처음 만난 날, 소녀는 아끼는 소파를 고양이에게 양보하고, 짓궂은 장난도 받아주면서 마음의 거리를 좁혀 간다. 천진한 행동으로 우리를 웃게 만들고, 한없는 사랑으로 가득 찬 존재-아이와 고양이는 참 많이 닮았다. 든든한 친구이자 동생 같은 고양이가 생기면서 소녀는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수 있게 되고, 엄마 마음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자기보다 작고 여린 존재를 보살피며 마음의 키가 한 뼘 더 자란 것이다. 소녀는 고양이와 친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오랜 기다림 끝에 마음을 열어준 이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닫는다.
고양이를 통해 배우는 공존의 의미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 누구나 크고 작은 불편함을 견뎌야 한다. 나와 다른 욕구를 가진 존재와 함께 살기 위해 양보해야 할 일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이는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고양이가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게 즐겁기 때문에 양보한다. 캣타워보다 택배 상자를 좋아하는 고양이 때문에 상자를 바로 버릴 수 없고, 발바닥에는 고양이 화장실 모래가 늘 밟히며, 모든 옷에 고양이 털이 붙어 매일같이 떼어내는 나날이 되지만, 그 번거로움마저 놀이가 된다. 그렇게 아이는 고양이와 함께 살며 공존하는 법을 배워 간다.
슬픔 대신 유쾌한 판타지로 가득한 고양이별
소녀가 자라 아가씨가 되는 동안 고양이도 서서히 나이를 먹어 간다. 늘 아기처럼 작고 귀엽던 모습도 점차 쇠약해지고, 어느 날 가족의 곁을 떠나는 날이 온다. 하지만 작가는 떠나간 고양이가 남겨진 가족들에게 슬픔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랐다. 사는 동안 우리에게 한없는 사랑과 기쁨만 선물해준 고양이들이라면, 분명 그들만의 천국에서 행복한 제2의 묘생을 누릴 거라 상상하면서. 그래서 작가가 그려낸 사후세계는 무겁거나 슬프지 않다. 오히려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것을 기점으로, 이 책은 흥겨운 판타지 세계로 폴짝 도약한다.
전통 채색화와 현대 민화의 행복한 만남
민화 작가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유진희는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