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지 못할 열기는
간절한 온기가 되고
두 눈을 뜨니 낯선 얼굴들이 둥둥 새파란 하늘 아래 떠 있습니다. 동동 동그랗고 귀여운 펭귄들의 얼굴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아이는 순식간에 그야말로 낯선 땅, 남극의 찬 얼음 땅 위에 서 있습니다.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파악하기도 전에 남극의 쨍한 추위가 아이의 몸을 얼려 가기 시작했습니다. 한여름 불볕더위 속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다 난데없이 남극의 새파란 공기 속에 던져져 벌벌 떨고 있는 아이에게, 얼음 땅의 주인인 펭귄들이 가까이 다가옵니다. 그리곤 차갑게 얼어붙은 몸을 둘러싸고 덥혀 줍니다. 극한의 추위 속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눔으로 살아남은 펭귄들만의 행동 양식인 ‘허들링’(추운 바람으로 열이 손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원형으로 겹겹이 서서, 서로에게 꼭 붙어 기대는 것이 재현되는 중입니다. 너무 뜨거운 온도는 서로의 체온을 견디지 못할 것으로 만들어 버리지만, 너무 차가운 온도는 서로의 온기를 서로에게 꼭 간절한 것으로 만들어 줍니다. 서로의 곁이 서로를 살게 하는 기적이 됩니다. 뜨거움도 차가움도 언제나 양날의 검임을 피부로 느끼면서, 펭귄들의 따뜻한 품 안에 폭 감싸인 아이는 어느새 남극 가족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펭귄 한 마리가 아이의 품속에서 이상한 물건을 발견합니다. 바로 아이와 함께 남극으로 날아온 비닐봉지입니다. 처음 느껴 보는 바삭바삭하고 미끌미끌한 느낌이 신기했던 펭귄 친구는 봉지를 훔쳐다 도망갑니다. 그렇게 한바탕 ‘봉지 도둑’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상상한 것, 그 이상이 가능해지는
낯선 얼음 땅의 세계
이 낯선 얼음 땅 위의 추격전은 돌연 놀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차가운 바람을 풍선처럼 실어다 빙빙빙, 휙휙휙 날아다니는 봉지는 어느새 펭귄 친구들과 아이의 몸을 싣고서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날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정신없는 추격전을 끝내고 나니 아이는 목이 마르고 펭귄 친구들은 배가 고픕니다. 그때, 친구들의 눈앞에 아이가 가져온 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