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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김혜순의 말 : 글쓰기의 경이 -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양장
저자 김혜순
출판사 마음산책
출판일 2023-06-30
정가 18,000원
ISBN 9788960908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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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몸과 죽음
타자와 동물
어머니의 죽음, 남겨진 달
하기, 은유를 넘어
문학이라는 학교
문학과 정치
예술과 삶, 미래의 책

연보
몸의 고통으로 새로운 전망을 여는 시

『김혜순의 말』에는 시인이 어린 시절부터 외할머니를 어머니처럼 따르며 성장한 일, 대학에 진학하여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된 정황, 동인 활동을 통해 여성주의를 익혀간 나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하던 중 경찰서로 불려 가 폭행을 당한 사건, 서울예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겪었던 에피소드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므로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가 서로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모해나갔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시인이 오랫동안 몰두해온 집필 방식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곧 ‘나’라는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글쓰기이다.

저는 제 고통이 극에 달한 밤, 제 몸에 돋는 거대한 날개를 목도합니다. 그리고 고통받는 여자의 어깨에 투명한 날개가 돋았다고 씁니다. 더 나아가 여자의 고통이 여자를 하늘에 올렸다고 씁니다. 그것뿐입니다. 오직 즉각적인 상상력에 의해서만 우리의 고통을 쓸 수 있을 뿐입니다. _85쪽

시인은 제 몸의 고통을 경유한 글쓰기로만 자신을 벗어나 잠시나마 ‘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물 흐르듯 쏟아져 나오는 비탄의 언어를 통해서만 타자와 나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지워내는 시학이 가능하다고 설파한다. 이러한 글쓰기는 김혜순 시인이 직접 겪어내야 했던 가부장제와 가족주의, 독재정권, 성차별, 팬데믹 사태 등을 관통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적 전망을 열어젖힐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었다.

시를 씀으로써, 글 쓰는 행위 자체가 저를 이 비탄의 바깥으로 향하게도 했습니다. 이런 저의 생각이 시의 비탄으로 여는 일종의 시적 전망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_93쪽

시인으로 사는 일의 모든 것

『김혜순의 말』에서 시인은 문학에 빠지게 된 계기로 고등학생 시절 친구의 집에서 세계문학 전집을 빌려 읽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문학의 강렬한 첫 체험으로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을 꼽는다. 한때 강은교, 이승훈의 시를 즐겨 읽었으며 보들레르의 시와 니체의 아포리즘을 직접 번역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