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옆에서 지켜 준다고 해 놓고, 엄마 왜 약속 안 지켜?”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엄마의 사고 소식, 그날 이후로 아이는 더 이상 엄마를 볼 수가 없습니다. 엄마는 여전히 사진 속에서 웃고 있지만, 텅 빈 것 같은 집에는 아빠와 아이뿐입니다.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만 같았던 평범한 일상도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맙니다. 아이에게도 많은 변화가 찾아오고 해야 할 일들이 계속 생기지만 아빠에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아이가 느끼기에도 아빠 마음이 많이 아파 보이니까요.
아이는 엄마의 흔적과 냄새를 있는 힘껏 붙잡아 두며 스스로를 옭아맵니다. 엄마가 얼마 전에 발라 준 매니큐어가 지워질까 봐 좋아하던 모래 놀이도, 피아노 연주도 더 이상 하지 않습니다. 매니큐어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지워지고, 지난봄 엄마와 함께 심었던 봉숭아로 물을 들이며 엄마와의 추억을 다시 한번 손톱에 투영합니다. 그렇게 마음을 달래 보지만 엄마가 있어야 할 아이의 마음속은 답답함과 원망, 그리움으로 가득하기만 합니다.
“남은 손톱도 이만 보내 주기로 했어. 엄마는 항상 내 마음속에 있으니까.”
어느새 아이의 손톱이 많이 자랐습니다. 자라지 않는 손톱은 없다며 아빠가 손톱을 자르자고 합니다. 아이는 엄마가 사라지는 것만 같아서 손톱을 자르지 않겠다고 우겨 봅니다. 하지만 아빠는 손톱이 사라져도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자라난 아이의 손톱을 다정히 잘라 줍니다. 아빠는 미루던 수염을 깎았고, 아이도 그동안 하지 않았던 피아노 연주를 다시 시작하며 망가졌던 일상을 조금씩 회복해 갑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손톱은 계속 자라나 봉숭아물은 점점 사라지고, 마당에 심었던 봉숭아꽃은 져 버리지만 이듬해 다시 씨를 띄웁니다. 아이는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눈에서 보이지 않게 되더라도 영원히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깨달음을 또 한 번 얻게 됩니다.
아이는 엄마와의 추억을 투영한 남아 있는 봉숭아물 손톱도 이만 보내 주기로 합니다. 손톱을 잘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