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필사적 노력
‘신참 외교관’이 통상외교의 현실에 눈뜬 후,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고자 동료 외교관들과 분투하며 통상전문가로 성장하는 과정은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국제외교무대의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 발전해가는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그래서 2005년 WTO 정부조달위원회 의장을 맡아 WTO 출범 후 최초로 다자통상협상을 마무리하거나, 한국인 최초로 WTO 분쟁패널 의장을 맡아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 벌어진 대형분쟁 패널심리를 주재하며 리더십을 발휘하는 장면은 단순히 개인의 영예로운 순간이 아니라 달라진 한국 외교의 위상을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처럼 다가온다. 저자는 치열한 외교현장에서 국익을 지키려 안간힘을 쓴 많은 동료 외교관들의 헌신을 기록하는 한편, 한국의 외교현실을 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어버린 일부 관료들의 삐뚤어진 행태까지 지적했다. 예를 들어, ‘한?미 포도주 협상’(1987년에서 우리 대표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버티기 작전으로 양국 간 통상 합의문서의 형태를 조약이나 협정이 아닌 서한교환 형식으로 바꿔낸 일화부터 ‘한?미 식품유통기한 협상’(1995년에서 한국 대표단 중 한 명이 우리의 최종협상안을 미국에 사전 누설한 일화까지 30여 년간 외교현장에서 경험한 일화들을 다채롭게 다루었다.
직필(直筆과 절제의 미학으로 쓴 한국현대외교사
저자는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외교현장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자 노력했다. 직접 보고 들었던 사실을 중심으로 기록하되 주관적 의견은 배제함으로써 해석과 평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겼다. 기억의 왜곡 때문에 사실과 다르게 기술했을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외교현장에서 동고동락했던 동료 외교관들과 수차례 교차검증까지 거쳤다. 에필로그를 통해서만 매우 절제된 어조로 ‘반듯한 나라, 당당한 외교’를 꿈꿨던 외교관으로서 자신이 지켜온 신념과 다음 세대에게 바라는 희망을 전한다. 외교가 자존과 실리, 균형을 추구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이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