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발은 현실의 바위에 굳건히 내딛고,
또 하나의 발은 흐르는 물의 표면에 살포시 담그며
역사를 성찰한다.”
이 글은 나의 작업노트 중 일부이다. 예술 창작 활동을 하는 나에게 직면하고 있는 현재는 감각적으로 세계를 탐색해 나가는 주요 요소라 여긴다. 나는 예술적 모토를 실행해 나가기 위해 2000년 첫 개인전 발표 이후, 동시대 예술가/기획자/미디어 연구자들과 함께 ‘미디어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예술과 사회 연구모임’을 공동 조직하고 활동해왔다. 이 과정을 통해 다양한 예술적 활동을 단순한 창작 행위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동시대 사회/문화와 연결시켜 예술적 행위/사건이 일어나는 순간들에 집중했다. 이 시기 나의 탐색과 실험은 대략 2006년부터 2015년의 10여 년의 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예술-사회-행위(ART×ACT×SOCIAL’에 대한 질문들을 다양한 프로젝트들로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들에서 현실의 다양한 층위에 접속할 수 있는 ‘개입과 탈주’를 모색하며, ‘빅브라더의 통제/감시로 진행되어 가는 불안한 사회에 대한 우울감’ 등을 비디오, 퍼포먼스, 라이브 방송 등으로 보여주었다.
나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근대(성의 정면이 보여주는 마술환등(phanasmagoria의 환영, 이미지, 물신의 환영들이 비추어지는 주어진 역사에서의 위험, 비상사태를 드러내려 했다. 단순히 상품-교환가치로 만연한 텅 빈 세계와 미래에 대한 일방적 판타지로서가 아닌, 구원의 대상이자 방향으로서의 ‘지금 시간(Jetzeit’으로 충만한 다양한 시간의 장소들을 불러오는 시도를 했다. 이런 과정에서 신화 속 인물과 사건, 그리고 잊힌 시간들에서 발견한 허구나 추측을 통해 물신으로 가득한 소비의 쾌락과 현세의 공허한 역사에 저항하고자 했으며, 근대성의 역사주의에 맞서는 다층적인 질문들을 중심으로 잊힌 사건과 재료들을 망각에서 불러내어, 이들을 현재와 다시 연결해 다시 현재를 생경하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책 속에서
〈이너 뷰 InnerV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