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분야의 고전,
존 클라크의 『점화!』가 돌아왔다
이 책은 냉전과 우주개발 경쟁이 한창이던 시절 미국에서 액체 로켓 추진제 개발에 깊이 관여한 화학자가 회고록 형태로 쓴 액체 로켓 추진제 개발사인데, 저자 자신이 직접 참여했거나 가까이서 지켜본 일들을 주로 다룬 까닭에 건조한 역사서보다는 흥미진진한 비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저자 존 D. 클라크(1907?1988 박사는 군 연구 시설(해군 항공로켓시험장 NARTS―이후 육군이 인수해 피카티니 조병창의 액체 로켓추진연구소 LRPL이 된다에서 20여 년간 액체추진제를 연구한 추진제 화학자이다. 그가 했던 일도 정확히 위의 설명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점화!』도 로켓 자체보다 그전 단계에서 군용 추진제로서 가능성 있는 물질을 찾아내고 시험한 이들의 추진제 화학―화학로켓의 본질―이 내러티브의 중심을 이룬다.
『점화!』는 1972년에 처음 나온 뒤로 오랫동안 절판되었다가, 거의 반 세기 후인 2017년에 다시 출간된 책이다. 이 때문에 서술된 내용 일부가 현 상황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인데, 그럼에도 이 책이 갖는 의미를 몇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액체추진제 연구는 1940년대 말, 1950년대, 1960년대 전반까지 활발히 이루어진 이후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액체추진제 화학 분야에 새로운 일거리도, 예상되는 주요 개발도 거의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그렇게 액체 로켓 추진제 연구 개발에 관여한 집단은 많아야 200여 명 규모였고(일명 ‘추진제 커뮤니티’, 실질적인 핵심 인력은 그중 1/4에 불과했다고 한다.
연구 개발에 소수만 관여한 현실과 기술적 완숙기에 접어든 시기적 여건에 대한 저자의 인식은 추진제 커뮤니티(쥘 베른의 『지구에서 달까지』에 나오는 ‘볼티모어 건 클럽’을 연상시킨다를 향한 서문의 인상적인 인사말에, 혹은 예우를 갖춘 고별사에 함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오늘날 우리가 이 주제에 관한 당사자의 진술을 더는 찾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