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을 펼치면
푸른 숲 사이로 흐르는 강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습니다. 첨벙첨벙 헤엄도 치고 족대로 물고기를 몰기도 합니다. 무리 중의 한 아이 문득 고개를 돌립니다. 강물에 비친 무엇이 아이를 불렀을까요? 징검돌에 걸터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니, 찰랑이는 물 위로 나무 그림자, 산그늘, 흰 구름 몇 송이, 물속에 조그만 물고기 몇 마리 어른거립니다. ‘예쁘기도 해라...’ 데려가고 싶었나 봅니다. 강물에 비친 하늘 한 자락 바가지로 퍼 올리고, 흰 구름 한 송이, 물고기 몇 마리, 새소리도 몇 움큼 건져 올렸습니다.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것들을 데리고 한참 동안 고요히 혼자 걸으며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믿음이 서질 않습니다. ‘이것들을 기르다가 공연히 죽이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아이는 걸음을 돌려 다시 강가로 달려갑니다. 강물로 들어가 그것들을 강물에 풀어 넣습니다. 물고기와 흰 구름, 새소리 모두 강물에게 돌려줍니다. 그 예쁜 것들이 원래 있던 자리입니다. 있어야 할 자리입니다.
아이가 강가에 앉아 강물을 바라봅니다. 강물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잔잔히 흘러갑니다. 낮 동안의 첨벙임도, 첨벙임이 일으켰던 물결들도, 아이들 웃음소리도, 잠시 그곳을 떠났던 물고기 몇 마리, 흰 구름 한 송이, 새소리 몇 움큼도 모두 제 자리로 돌아가 강가엔 다시 고요가 흐르고 있습니다. 아이는 느낍니다. ‘강물과 나, 친구가 된 것 같아.’ 그렇습니다. 친구가 된다는 건. 흠뻑 같이 놀고, 친구는 친구의 자리에, 친구의 것은 친구에게로, 친구는 친구대로 흘러가도록... 저물어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고 사람이 떠난 자리, 저녁 물고기가 퐁퐁 솟구쳐 오르고 산짐승이 찾아와 목을 축입니다. 강물엔 이제 노을빛이 내려앉았습니다.
2. 책을 닫고서
생각해 봅니다. 강물이 필요하나 강물을 더럽히는 우리는, 강물 없이 살 수 없지만 강물의 길을 막고 강물이 지닌 것을 빼앗으며 사는 우리는, 강물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친구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