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원이라는 시대적 공간을 바라보면서 한 민족이 한 민족을 강압적으로 통치하는 것, 다른 민족의 자유를 박탈하고 지배하는 것과 인간이 동물을 강압적으로 제한하고, 그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우리가 갈망하는 자유와 행복만큼이나 세상의 모든 생명들도 자신의 땅에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창경원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통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내가 철창에 갇혀 있는 것인가, 그대가 철창에 갇혀 있는 것인가.”
자유를 빼앗긴 존재들의 닮은꼴 운명!
『왕과 사자』는 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자의 시선은 심드렁하다. 철창 안에 갇혀서 세상을 바라보는 그 시선이 시공간에 틈을 만들고, 우리를 일제 강점기 창경원으로 이끈다.
사자는 철창 안에서 애쓰지 않아도, 동물원과 세상의 사정에 훤하다. 동물원 동물들의 사정도 각각이다. 원숭이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받는 걸 즐긴다. 꽤 요란하게 재롱도 부릴 줄 안다. 안전하고 밥 굶지 않는 동물원이라는 공간이 마음에 들기까지 하다. 하지만 시베리아호랑이에게 동물원은 하루에도 수십 번 벽에 머리를 부딪칠 만큼 미쳐 버릴 것 같은 공간이다.
사자가 바라보는 사람들의 풍경도 가지가지다. 창경원 관리소장인 일본인 이토 상은 입만 열면 조선과 조선인들을 개돼지 취급하며 깔보고 욕하기 일쑤다. 그의 서슴없는 생각, 서슴없는 말은 같은 일본인이지만 사육사 나카다 상조차 불편할 때가 많다. 그런 가운데 이토 상에게 험한 소리를 들으면서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조선인 사육사 김 씨. 그는 이 창경원에서 동물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며 동물들의 환심을 산 유일한 사람이다.
[만만한책방] 왕과 사자 ②
김씨는 누군가를 늘 걱정한다. 목요일의 산책자, 동물원이 쉬는 목요일에만 찾아오는 조선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다. 사자와 순종은 서로를 마주 본다. 사자의 갈기처럼 황제는 황금빛 곤룡포를 입고 있다. 철창 속에서 갈기가 빛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