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에 대한 두려움, ‘코즈믹 호러’의 매력
그리고 미지를 직시하는 소녀 가이아의 등장
‘코즈믹 호러(Cosmic Horror’는 우주 혹은 우주적 존재에 대한 공포를 일컫는 말로, 주로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소재로 삼는다. 작가는 코즈믹 호러의 문법을 잘 지키면서도 청소년 소설로서 탁월하게 장르를 다루고 있다.
가이아네 돔 구성원은 ‘천사’를 신으로 모시는 사람들이다. 천사는 우주로부터 비행선을 타고 지구로 건너와 지구의 주인이 된, 그 자체로 우주적 존재다. 천사의 비행선이 얼마나 먼 우주까지 돌아다니는지 가이아는 물론이고 돔 사람들 누구도 알 수 없다. 또 사람들은 절대로 천사님을 봐선 안 된다. 천사님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불경죄로 죽임을 당한다. 천사는 완벽한 ‘미지’다.
한편 가이아는 엄마의 죽음 이후 친자매처럼 지내던 마지에게 배신당한다. 그런 와중에 엄마의 죽음이 불경죄 때문이라는 사실까지 맞닥뜨린다. 혼란스럽고 서글픈 가이아의 심리는 ‘미지’가 주는 공포에 잠식당하기 딱 좋은 조건이다. 그렇게 처음으로 천사님의 축복을 받게 된 가이아는 엄청난 불쾌감과 무력감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가이아는 이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는다. 오히려 원동력 삼아, 어른들을 무릎 꿇린 우주적 존재를 당당히 직시한다.
가이아, 언제나 있어 온 진실과 희망으로 새 땅을 열다
돔 사람들은 우주적 존재인 천사에게 감히 도전하지 않는다. 오직 천사를 두려워하는 사람들만이 살아남았고, 살아가고 있다. “진실은 언제나 부대끼는 법이”다.(154쪽 촌장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촌장이 돔을 이끄는 방식은 진실로부터 애써 고개를 돌리고 이기지 못할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촌장은 여태까지 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 왔다.
그럼에도 천사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천사님이 강림하기 전 인류는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해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가이아의 엄마도 그중 하나였다. 가이아는 엄마가 남긴 메시지 속 ‘야자나무’를 찾기 위해 천사를 목도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