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대』 속의 인물들은 안정되어 있고 세련된 행동을 하며 정체되어 있다. 반대로 『갱스 오브 뉴욕』의 뉴욕은 꿈틀거리고 야성적이다. 그러나 그렇게 완벽하게 단절된 두 세계 모두 뉴욕의 모습이며 오늘날의 뉴욕을 형성하고 있는 바탕이다.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은 그 점을 강조하기 위해 각기 다른 성격의 두 뉴욕 영화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비슷한 시기에 그렇게 다른 두 모습이 한 도시에 공존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려면 뉴욕의 역사를 잠깐이나마 훑어보아야 한다. 『순수의 시대』만을 읽고 19세기 중반의 뉴욕이라는 도시를 그린다면 상당히 왜곡된 부분적인 모습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욕의 애초 이름은 뉴암스테르담이었다. 17세기 초 네덜란드가 이 지역을 점령하고 식민지로 삼은 후 붙인 이름이다. 이곳을 점령한 네덜란드인들은 1653년 인디언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벽(wall을 쌓았다. 오늘날 뉴욕의 중심이 된 월 스트리트는 바로 그 성벽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후 월 스트리트는 지금처럼 증권 거래의 중심지로 발전한다. 『순수의 시대』에서 뉴욕 최상류층에 자리 잡고 있는 밴 더 레이든가(家는 네덜란드계이며, 헨리 밴 더 루이든 씨가 여전히 퍼트룬(네덜란드 통치 때 뉴욕주 및 뉴저지주에서 영주로서의 특권을 지니고 있었던 지주으로 군림하고 있었던 것은 그러한 역사의 흔적이다.
이디스 워튼은 『순수의 시대』를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19년에 집필을 시작해서 1920년에 출간한다. 그녀가 1862년생이니까 60세가 가까운 노년에 집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출간 이듬해인 1922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은 ‘미국의 건전한 생활 분위기와 미국인들의 예의범절 및 남성적 미덕의 가장 높은 기준을 표현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힌다. 작품 제목만 보면 타당한 이유 같지만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선정 이유이다. 이 작품에는 1870년대 뉴욕 상류 사회의 관습과 풍속을 정밀하게 묘사한 점도 있지만 그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