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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인형의 숲 - 평화징검돌 10 (양장
저자 장재은
출판사 평화를품은책
출판일 2023-02-24
정가 16,000원
ISBN 9791185928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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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사고가 남긴 고통과 슬픔, 소중한 존재와의 이별

한적한 바닷가 마을,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아 숲이 되어 버린 출입금지구역에 자동차 두 대가 들어섭니다. 이따금 숲의 동물과 식물을 조사하고 연구하러 오는 사람들이지요. 낯익은 차 소리가 들릴 때마다 인형은 귀를 쫑긋 세웁니다. 혹시 그 아이가 온 건 아닐까 하고요. 어렸을 때 친자매처럼 매일 붙어 지냈던 그 아이, 동그란 얼굴에 단발머리의 순하디순한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와 헤어진 지도 어느덧 30년이 훌쩍 지났지만, 인형은 단 하루도 그 아이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이 숲은 평범해 보이지만 아직도 방사능 수치가 높아서,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꼭 보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머물 수 있는 시간도 정해져 있지요. 오래 머물면 방사능에 피폭되어 위험하거든요. 숲에서 자라는 동물도, 식물도 함부로 만지거나 먹어서는 안 됩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방사능 때문에 유전자가 훼손되거나 변형돼 있으니까요. 방사능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더 무섭습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적’이라고도 하지요. 그렇기에 인형은 날마다 그 아이를 기다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위험한 곳에 아이가 오지 않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한때는 그토록 평화롭던 바닷가 마을이 어쩌다가 이처럼 무섭고 위험한 곳이 돼 버렸을까요.

30년 전, 이 마을 근처에 있던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로 화재가 나서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유출되었지요. 원자력 발전소에서 반경 10킬로미터 내에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즉각 대피령이 떨어졌습니다. 그 아이도 인형을 꼭 끌어안은 채 식구들과 구호소로 대피할 버스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한식구나 다름없는 인형과 고양이는 군인들의 제지로 버스에 함께 탈 수 없었지요. 방사능에 오염되어서 ‘방사능 덩어리’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그때까지만 해도 인형은 원자력 발전소의 연기만 그치면 곧 아이와 마을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올 거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트랙터가 방사능에 노출된 농작물을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