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아이가
자신만의 색채로 세상을 물들여 가는 이야기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는 게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단다. 너도, 네 엄마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하지만 그럴 때는 신기하게도 살며시 도와주는 힘이 작용하는 것 같아.” _158쪽에서
언제부턴가 웃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마음에 깊은 그늘이 지기 시작한 마유에게 ‘일요일 상점’은 사쿠노 할머니의 말처럼 마법같이 살며시 다가온다. 그곳에서 열리고 있는 스케치 클럽에는 ‘실내에서도 계속 우산을 쓰고 있는’ 주인아저씨, ‘인형이지만 사람같이 움직이는’ 시실리, 살아 있는 여우처럼 뒤를 졸졸 따라오는 박제 여우 레몬 등, 기이할 정도로 특이한 이들이 모여 있다. 그 모습을 본 마유는 순간 겁을 먹고 당황하지만, 스케치 클럽 회원들은 무엇보다 마유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듯, 마유가 스케치 클럽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려 준다.
알면 알수록 ‘일요일 상점’에는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마유는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자신을 자연스레 친구로 맞아 준 스케치 클럽 회원들에게 점점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처음 ‘일요일 상점’에 왔을 때, 시실리는 마유에게 대뜸 “난 유화를 좋아해. 넌 뭘 좋아해?”라고 묻는다. 그때부터 마유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나와의 대화를 이어 나간다.
문을 열기만 하면 그리고 싶은 세계가 펼쳐지는 ‘스케치 룸’에서 마유는 높게 자란 풀 속을 가르며 걸어가는 조코 언니의 뒷모습을 보다 자기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꺼내 놓기도 하고, 반면 “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 있는 거야?”라며 날카롭게 정곡을 찌르는 맥파이의 말에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마음을 살피는 시간은 자칫 여유롭게만 비치거나 소홀히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일요일만 사는 아이』는 그것이 작지만 나를 아프게 했던 상처들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 있는 행동임을, 그리하여 더 큰 성장을 위해, 더 단단한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