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식물과의 연애
1. 식물분류학자의 일상다반사
식물탐사선
봄꽃의 북진
산나물 이야기
발걸음을 붙잡는 철쭉
밤에 피는 하늘타리
가을에는 향유를
낙지다리와 쇠무릎
실체를 추적하는 식물학자들
식물수업
2. 초록의 전략
겨울눈, 나무의 심장
수국의 시간
여름의 싸리
천선과라는 신비한 세계
팽나무는 오래, 크게, 홀로
땅속에서 여물어가는 구근식물
귀화식물은 죄가 없다
작지만 우아한 이끼
다육식물 열풍의 뒷면
미나리와 습지의 공생
감태나무의 암그루만 사는 세상
3. 초록을 위하여
살아남은 모데미풀
낭독의 발견
오래된 미래, 댕강나무
울릉도 비밀의 숲
꽃 좋은 개살구
우리 모두의 석호
꼬리진달래를 아시나요
들국화는 없다
침엽수 학살
더 개발할수록 더 소멸하는
참고문헌
추천의 글
오늘도 식물의 실체를 추적하며
산과 들과 강과 랩에서 분투하는 식물분류학자
“이 맛에 내가 초록(草錄 일을 하고 연구한다”
식물분류학의 목적은 세상 모든 식물을 명명하고 그 식물들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그 목적을 위해 오늘도 식물분류학자들은 산과 들과 강에서 식물을 만난다. 강원도 오지 마을의 할머니들로부터 학교 수업에서는 배우지 못한 산나물의 지혜를 얻고, 출입이 쉽지 않은 군사보호시설이나 상수원보호구역 같은 국가보안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찾아가는 것은 물론, 무인도의 암벽과 고목을 오르고, 지뢰를 탐지하는 군인들과 같은 복장으로 비무장지대에 들어가기도 한다. 연구실에서 식물을 만나는 방법도 다양하다. “부위별로 외부 형태를 낱낱이 측정하고 글과 그림을 통해 빠짐없이 기록하거나, 자르고 갈라서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해부적 형질을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나노미터 단위의 미세구조를 현미경으로 살피거나, 아예 식물체를 짓이겨 진공의 기계에 넣고 DNA 사슬을 인위적으로 증폭하는 방식으로 유전자 구조를 밝히기도 한다.”(75-76쪽
저자는 이런 식물 공부를 ‘식물과의 연애’라고 하며 나날이 깊어가는 사랑을 표현한다. 찾고자 하는 식물을 발견하고는 한 발짝만 떼면 절벽이란 사실도 잊고 좋아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것, 봄꽃을 먼저 만나고자 봉화에서 거제를 경유해 변산반도를 거쳐 다시 봉화까지 도합 1,0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하루에 달리는 것, 무더위에 마스크를 쓰고 숲을 헤치고 산을 오르내리면서도 식물의 생존을 확인하여 그 핑크빛 꽃을, 그 꽃내음을 한 번이라도 들이켤 수만 있다면 다 괜찮다고 말하는 것, 식물이 사라진 자리에서 그들의 생존을 염원하며 재회를 빌고 또 비는 것은 분명 ‘사랑’이다.
“돌아보면 내 주변에는 언제나 식물이 있었다. 식물은 별다른 능력이 없는 나에게 밥벌이가 되어주기도 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친구이자 애인이 되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때때로 흔들리는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었다가 내 삶을 지지해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