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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그 새벽 너의 카톡은 : 새내기 상담 샘이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저자 송수진
출판사 사람의무늬
출판일 2023-06-23
정가 17,000원
ISBN 979115550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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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철학은 나에게 의심하라고 한다.
· 운명을 믿어요. -운명론에 대하여
· 도대체 왜 태어났을까요? -무슨 기여를 하려고 태어난 게 아닙니다.
· 죽으면 어떻게 될까요? -철학은 사고 실험이다.
· 세상은 너무 더러운 거겠죠? -안타깝게도 어느 정도는요. 그러니 우리 세상을 공부합시다.
· 간절히 바라면 다 이루어지나요? -글쎄요. 지나친 긍정은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어요.

철학은 나에게 너는 지금 속고 있다고 한다.
· 학교 공부 지겨워요. -질문이 먼저인 공부에 대하여
· 돈이 세상의 전부 아닌가요? -화폐에 대하여
·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갖고 싶어요. -직업의 기준에 대하여
· 돈 펑펑 쓰고 싶어요. -소비와 세금에 대하여
· 회사원이 되는 게 정답인가요? -일과 시간에 대하여

철학은 내가 인간이었음을 다시 알려 준다.
·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에요. -환경 속 인간에 관하여
· 제 욕망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욕망은 인간의 본질
· 꿈이 없어요. -스스로 개시하는 마음에 대하여
· 엄마 아빠는 숨막히는 존재에요. -나의 부모를 그와 그녀로 보는 법
· 인간관계가 너무 힘들어요. -철학자가 말하는 인간관계에 대하여

철학은 나에게 비겁하다고 한다.
· 미움 받을 용기가 없어요. -남의 눈길을 덜 두려워하는 삶
· 왜 그들은 나를 괴롭히는 걸까요? -나를 지키는 용기에 대하여
· 모든 게 다 귀찮아요. -진실을 말할 용기에 대하여
· 우리 사회 진짜 민주주의 맞아요? -철학자가 말하는 민주주의에 대하여
· 자유롭고 싶어요. -자유는 회피도 아니고 휴식도 아니다.

철학은 죽음을 미리 연습하는 것이다.
· 자해하고 싶어요. -죽음을 잊지 않는 것에 대하여
· 저 죽을게요. -위기는 기회가 아니라 위기다.
·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어요. -애도에 대하여
· 여전히 세상이 두려워요. -삶에 대한 오류는 삶을 위해 불가피하다.
· 이번 생은 망했어요. -극단을 부르는 상견과 단견에
“그 새벽, 혼자서 주저앉아 울면서도, 차마 모든 것들에게서 도망칠 수 없어 카톡을 보냈던 그 친구들은 사실 자신의 삶을 어떻게라도 붙잡으려던 거지요. 내 생에 대해 의문을 구하고, 계속 묻고 또 묻는다는 것은 이미 자기 인생을 사랑한다는 증거니까요. 삶을 다시 붙잡는다는 건 말도 못할 고통이거든요. 그래서 삶과 우울은 함께 가는 거예요.”

샘, 저는 도대체 왜 태어났을까요? 공부도 못하고 아무 쓸모가 없어요.

…의자는 만들어질 때 목적이 있었어요. 그 목적이 의자에게는 본질이에요. 사물은 대부분 그럴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인간은 어떤가요? 무슨 ‘목적’이 있어서, 어떤 ‘이유’가 있어서 태어났나요? 그저 태어났어요. 아무런 이유 없이, 목적 없이 수많은 갈림길에서 무수한 마주침 끝에 기적적으로 태어났단 말이죠. 그리고 아기의 형태로 세상에 던져졌어요. 그래서 인간은 본질이 없어요. 무슨 기여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죠. 다시 말해서 친구들이 학교 공부를 잘해서 학교나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태어난 게 아니란 뜻이죠. 그래서 인간은 ‘실존’이에요. 내가 태어난 이유를 내가 스스로 살아가면서 만드는 거죠. 이미 만들어진 이유 같은 건 결코 없어요.

‘나에게 주어진 목적’, ‘사회가 정한 꿈’이라는 바닷물은 그만 마시길 바랍니다. 그런 꿈을 찾는다고 바닷물을 계속 마시면 체화된 갈증은 결국 나를 잡아먹을 겁니다. 그럼에도 내 생을 다시 붙잡을 생수를 드세요. 그 생수가 샘한테는 철학이었는데, 누군가에게는 그림, 음악, 문학, 여행, 시, 길을 걷는 것, 춤, 모르는 것을 아는 짜릿함, 지켜 주고 싶은 사람, 누군가를 웃게 하는 일, 시들어가는 화초에 물을 주는 일일 수도 있어요. 이렇게 행복이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나만의 확실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거예요. 모두가 원하는 보이지도 않는 보편적 행복이 결코 내 행복이 아니에요. 자기만의 이유로 살아가는 것이 바로 행복입니다.

샘, 학교는 왜 다녀야 하는 거예요? 너무너무 지겨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