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의 역설과 딜레마
시민들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나누어 가지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동등하게 참여함으로써 시민권은 비로소 생겨난다. 사회에서 마련한 정책과 제도는 반드시 사회 구성원 간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데, 여기에서 시민권에 내재된 역설, 즉 시민의 권리는 권리를 행사할 의무를 띤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의무를 지키지 않고도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시민적 노력을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가로등 불빛이나 포장도로처럼 생산에 기여하지 않고도 혜택으로부터 배제될 수 없는 공공재와 같은 속성의 재화의 경우에 이런 유혹은 더욱 강해진다. 의무를 다하는 것은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무게를 갖는 반면, 의무를 이행하여 누릴 수 있는 권리나 제도 유지 및 개선에 기여하는 바는 무척 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늘날 점차 낮아지는 투표율이 보여주듯, 시민성은 점차 약화되고 있으며, 시민들은 집단적 가치 그 자체에도 점점 더 자기중심적이고 계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민권은 시민적 평등에 대한 조건이다. 시민권에는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사회적 협력의 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정치공동체의 성원권이 포함된다. 이러한 지위에는 정치적 협의체를 통해 제공되는 집단적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에 대한 보장이 수반될 뿐만 아니라, 집단적 가치 ─ 민주적 시민권 그 자체도 여기에 포함된다 ─ 를 증진하고 유지할 동등한 의무 역시도 수반된다. _38쪽
변화하는 세계구조와 미래
현대사회에서는 수평적, 교차적 균열보다 수직적, 분열적 균열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의견 불일치가 수평적이고 교차적일 때 더욱 잘 작동할 수 있는데, 한 집단이 압도적으로 열세에 몰리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면 수직적, 분열적 균열은 각 집단의 영향력 확보가 우선순위에 놓이기 때문에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가장 자주 대두되는 해결책은 더 참여적인 형태의 민주주의와 다양한 형태의 전문가 수호자주의로, 현재도 다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