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
함께할 때 찾아오는 뜻밖의 기쁨과 행복
『구덩이에 빠졌어!』는 일종의 재난물이긴 하지만 저학년동화인 데다 동물 판타지인 만큼 상황이 아주 심각해지지는 않는다. 토끼, 여우, 돼지, 곰이 어떻게 친구가 되었느냐고 묻지 마시라. 동물들이 쿠키 바구니를 들고 소풍에 나서는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또 귀엽고 개성 있게 표현된 일러스트는 동물들 각각의 캐릭터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도와준다. 토끼와 여우, 돼지와 곰은 동물이긴 하지만 사실상 어린이다.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고 흙장난을 하고 괜히 우쭐대고 서로에게 핀잔을 주는 등 아기 동물들의 행동이나 대화를 보면 영락없이 저학년 어린이들이 어울려 노는 것 같다. 그러니 문제 해결을 위해 어린이만의 방식을 동원해야겠다. 우정과 사랑, 그리고 다 함께 손잡고 즐겁게 나아가기.
구덩이에 빠졌다는 공동의 문제 상황에 직면하여, 구덩이를 나가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동물들은 머리를 맞댄다. 저마다 다른 동물들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돕는다. 결벽증이 있고 예민한 여우는 문제에 집중해서 해결책을 찾아나선다. 여우가 아니었다면 아기 돼지처럼 소풍 도시락에 한눈팔고 흙 파기 놀이나 하면서 허송세월을 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아기 돼지가 쓸모없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재미를 찾아내며 모든 상황을 낙천적으로 바라보는 돼지가 없었다면 다들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버드나무 줄기 잡아당기기가 새로운 놀이인 줄 알고 촐랑거렸던 돼지 덕분에 탈출 방법까지 찾아냈으니 여우와 돼지는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친구임에 분명하다. 목소리가 작고 겁이 많은 토끼도 친구들을 다독이며 힘을 보탤 일이 있을 때 절대 빼지 않는다. 엄벙덤벙 힘쓸 줄만 알고 으스대기 좋아하던 곰이 결정적인 순간 흔쾌히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 서로 다르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깨달을 수 있다.
아직 미숙한 아기 동물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