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우리는 와이파이를 사랑해
초록 달/ 폰드로메다/ 폰이랑 나랑/ 질투/ 폰기도문/
우쭐하는 기계들/ 먹통/ 너랑 나랑/ 카카오톡/ 야옹!/
공중전화 부스/ 플라스틱 파워/ 내 이름은 쿠드랴프카
2부 바다를 누빌 때처럼
마른 멸치의 부활/ 맷돌 호박/ 깨/ 폭염과 달마티안/
수박씨 전사/ 버스 탄 수박/ 감또개/ 새살/
생각쟁이 대나무/ 낙타 속눈썹에도/ 천 마일의 장례식
3부 가장 높은 데서 빛나는 조각달
백제의 미소/ 봉숭아/ 와글와글 자음 교실/ 부엉이와 올빼미/
와글와글 알파벳/ 달랑달랑 알파벳/ 불끈불끈 알파벳/
다문화 사랑/ 고난과 코난/ 목씨예요/ 응/ 융
4부 말랑말랑 노랑노랑
버스를 기다리며/ 말랑말랑 노랑노랑/ 재개발 지역/ 컵라면 뚜껑/
딸기잼/ 전문가의 등장/ 뿌려라 참깨/ 파리 그림자/
검은 비닐봉지/ 보란 듯이 아름다운/ 조화/ 걱정 종이
해설 | 사물과 기호, 기계의 감각 _이안
숨은 목소리를 발견하는 동시집
항상 대상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문봄 시인은 인간이 아닌 것들의 입장을 생각한다. 하루 종일 일해서 피곤하다는 스마트폰의 말이나(「폰드로메다」, 한 번 쓰고 버려진다는 비닐봉지의 이야기는(「검은 비닐봉지」 비인간적 존재인 사물을 인간처럼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는 존재로 만든다. 비인간 존재가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게 된 독특한 상황은 독자들에게 세상의 새로운 목소리를 제공한다.
시인의 상상력은 비인간을 인간처럼 주체적인 존재로 변화시킨다. 비인간 존재의 새로운 측면을 발견하는 시인의 시각은 사회에서 소외되던 이들의 목소리를 포착하여 대신 내 줌으로써, 문학이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익숙한 기계들의 새로운 세계
『폰드로메다 별에서 오는 텔레파시』는 제목처럼 독특하고 기발한 동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존의 동시들이 자연을 주된 소재로 다뤘던 것과 달리, 문봄 시인의 동시집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하게 마주치는 기계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물론, 에어컨, 건조기나 제습기, 공중전화 부스, 플라스틱 제품 등 다양한 기계와 공산품들이 시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생활에서 쉽게 마주하고 또 자주 사용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시에 흥미를 가지고 공감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문봄 시인은 익숙하게 느껴지는 사물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새롭게 그려낸다. 이제는 쓰는 일이 거의 없는 공중전화 부스가 비를 피하는 장소가 되어 주거나(「공중전화 부스」 진짜가 아니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는 조화의 모습은(「조화」 기능이나 쓸모처럼 물건을 판단하는 전형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을 말해 준다. 무용하다고 평가되는 것들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문봄 시인의 능력이 세계를 더 다채롭게 만든다.
문자도 말하게 만드는 상상력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문봄 시인은 언어도 새롭게 느껴지게 만든다. 알파벳의 모양을 사물에 빗대어 캐릭터화 시키는 동시들과(「와글